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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봤을 때 이 영화가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 몰랐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고등학생 소녀가 주인공인 오디션 스토리처럼 시작하는데, 막상 보고 나면 생체실험, 뇌 조작, 시한부 능력자라는 묵직한 소재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거든요. 영화 <마녀> 1편, 과연 장르물 특유의 카타르시스만 남기는 작품일까요, 아니면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생체실험이 만들어낸 소녀, 자윤의 설정이 섬뜩한 이유
제가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설정이 현실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였습니다. 단순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국가나 거대 자본이 배후에서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뇌를 조작하는 생체실험을 자행했다면 그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 중 하나가 됐을 겁니다.
영화 속 연구소는 아이들에게 특정 약물을 투여하고 폭력을 가해 뇌를 강화시키는 실험을 반복합니다. 여기서 핵심 설정이 바로 뇌 과부하(brain overload) 메커니즘인데, 쉽게 말해 강화된 뇌는 능력을 쓸수록 스스로 터져 죽게 만들어지는 구조입니다. 약물 없이는 능력 사용 자체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생물학적 족쇄를 채워놓은 것이죠.
이 설정이 특히 섬뜩하게 다가온 건, 뉘른베르크 강령(Nuremberg Code)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뉘른베르크 강령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의 생체실험에 대한 반성으로 제정된 인체실험 윤리 원칙으로, 피험자의 자발적 동의를 절대적 전제로 삼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보건복지부 생명윤리 보고서). 8살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이 연구소가 저지른 행위는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자윤이 10년 후 시한부 상태에 처하게 된 것도 이 뇌 과부하의 후유증입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는 느낌을 처음 받았는데, 가해자가 만들어낸 구조적 고통이 피해자의 삶을 10년 후에도 잠식하고 있다는 설정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 8살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비자발적 뇌 강화 실험
- 약물 없이는 능력 사용 시 뇌 과부하로 사망하는 구조
- 뉘른베르크 강령 정면 위반에 해당하는 반인륜적 설정
- 실험 후유증이 10년 뒤에도 시한부 상태로 이어지는 현실감
뇌과부하와 약물 공급, 자윤이 스스로를 노출시킨 이유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예상 밖이었던 장면은 자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치매를 앓는 엄마의 수술비를 마련하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이건 처음부터 치밀하게 설계된 유인 작전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두 번째로 봤을 때서야 이 장면들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윤이 방송에서 능력을 살짝 노출한 건, 연구소 관련 인물들이 자신을 찾아오게 만들려는 계산된 행동이었습니다. 연구소 측에서는 자윤을 회수하려 하고, 닥터 백은 약물 공급을 카드로 활용해 자윤을 회유하려 합니다. 여기서 닥터 백이 내세운 것이 바로 약물 의존성(drug dependency)을 이용한 협상인데, 쉽게 말해 "내가 약을 줄 테니 나를 위해 일해라"는 구조적 착취입니다.
그런데 자윤은 이미 그 패를 읽고 있었습니다. 닥터 백 앞에서 회유당하는 척 연기를 완성한 뒤, 약물을 손에 넣고 스스로 탈출합니다. "처음부터 네가 날 찾아온 게 아니야. 우리가 찾아낸 게 아니야. 모든 건 철저히 계산된 연기였죠."라는 맥락이 여기서 나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구조를 가진 국내 영화는 흔하지 않습니다. 역설계란 상대의 의도와 전략을 미리 파악한 뒤, 그것을 역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자윤이 약자처럼 보이다가 순식간에 판을 뒤집는 순간, 관객이 느끼는 쾌감이 극대화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카타르시스와 윤리적 딜레마, 이 영화가 불편하게 남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자윤이 연구소를 박살 내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통쾌함을 느끼는 제 자신이 조금 찜찜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바로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서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윤은 자신을 실험하고 통제하려 했던 집단을 향해 압도적인 폭력으로 응답합니다. 그 장면들은 분명 장르물 특유의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란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을 통해 관객이 감정을 정화하는 경험을 가리킨 말입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억눌린 분노와 고통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관객의 내면 감정을 대리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작품이 그 카타르시스 이후를 너무 빠르게 지나쳐 버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마치 오락거리처럼 소비되고, 그 죽음들에 대한 무게감이 거의 부여되지 않습니다. 초기 실험체였던 미스터 최가 피부 괴사라는 처참한 부작용을 안고 살아간다는 설정은 분명 묵직한 이야기인데, 그 역시 또 하나의 악당 코드로 소모됩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생명윤리를 다루는 소재를 선택했다면, 그 소재가 감각적인 액션 씬으로만 휘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무게를 남겨두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서 마녀 1편은 훌륭한 장르물이지만, 조금 아쉬운 윤리적 공백이 존재하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3편으로 이어질 떡밥들, 마녀 세계관이 흥미로운 이유
제가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엔딩 이후였습니다. 닥터 백에게 쌍둥이 동생 백종관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아무런 기척 없이 나타난 또 다른 실험체의 등장은 단순한 속편 예고가 아니라 세계관 자체가 훨씬 크게 설계되어 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연구소 세계관에서 핵심적인 구조는 멀티 에이전트 실험 체계(multi-agent experimental system)입니다. 여기서 멀티 에이전트란 단일 실험체가 아니라 여러 실험체들이 각기 다른 목적과 능력을 부여받아 병렬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자윤 외에도 귀공자, 또 다른 실험체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 세계관의 충돌 구도는 단순한 선악 대립이 아닌 복잡한 다자 구도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 SF 장르에서 이처럼 장기적 세계관을 설계하고 시리즈로 풀어가는 시도는 드문 편입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SF 장르 영화의 시리즈 기획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단편 완결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그런 맥락에서 마녀 시리즈가 3편까지 이어질 경우, 이 세계관이 어떤 방식으로 수렴되는지가 국내 장르 영화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직접 2편을 이어 봤을 때 느낀 건, 1편에서 뿌려진 떡밥들이 2편에서도 완전히 회수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건 단점이기도 하지만, 세계관이 그만큼 크게 설계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3편이 어떤 방식으로 이 구도를 완성할지, 솔직히 기대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녀 1편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국내 주요 OTT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에서 서비스 여부가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현재 어느 플랫폼에서 제공 중인지 직접 검색해 확인해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Q. 마녀 1편과 2편을 꼭 순서대로 봐야 하나요?
A. 순서대로 보시는 걸 권합니다. 제가 2편을 먼저 본 분들의 반응을 보니, 1편의 자윤 서사를 모르면 2편의 세계관 확장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1편에서 쌓은 맥락이 2편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Q. 자윤의 능력이 결국 치료되나요?
A. 1편에서 자윤은 연구소를 직접 찾아가 약물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단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합니다. 다만 근본적인 치료 여부는 1편에서 명확히 해소되지 않습니다. 2편과 이후 이야기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시리즈의 핵심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Q. 귀공자 캐릭터는 자윤과 어떤 관계인가요?
A. 귀공자는 자윤과 함께 연구소에서 탈출을 시도했던 소년으로, 10년 만에 다시 등장합니다. 자윤과 적대적인 것도, 협력적인 것도 아닌 묘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감정이 거세된 채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캐릭터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가 2편과 3편의 중요한 변수입니다.
결론
마녀 1편은 생체실험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압도적인 힘으로 역전시키는 서사를 장르적으로 완성도 높게 구현한 작품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건, 이 영화가 단순히 "강한 소녀가 악당을 때려잡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자윤이 감수한 10년의 고통, 치매를 앓는 엄마를 위한 선택, 그리고 철저히 계산된 복수의 설계 안에서 진심이 공존한다는 게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폭력과 살상이 정의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처럼 그려지는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명윤리적 무게감이 쉽게 소비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3편이 이 세계관을 어떻게 완성할지, 그때는 좀 더 묵직한 질문을 남기는 방향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편이 궁금하신 분은 이어서 바로 보시는 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