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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은 왜 도망쳤을까요. 군 생활을 해본 분이라면, 혹은 제대한 지 오래됐더라도 그 질문 앞에서 선뜻 "규칙을 어긴 거잖아"라고 말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탈영이라는 사건의 뒤편에 쌓인 반복적 폭력과 외면의 역사를 꺼내 놓습니다. 제가 직접 군 생활을 하며 비슷한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을 때, 그때의 불편함이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다시 살아났습니다.

군대 폭력, 우리는 왜 그걸 '어쩔 수 없다'고 불렀나
신병 시절, 생활관에서 선임이 후임에게 모욕적인 말을 퍼붓는 장면을 봤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개입하지 않았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분위기를 깨면 다음 표적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었으니까요. 후임은 "괜찮습니다"라고 했지만, 밤마다 잠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움츠러드는 모습이 눈에 밟혔습니다.
《D.P.》 속 안준호가 발령받은 103사단 헌병대도 다르지 않습니다. 황장수라는 선임의 폭력 앞에서 주변 모두가 침묵합니다. 드라마는 이 침묵의 구조를 '방관(bystander effect)'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냅니다. 여기서 방관이란,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오히려 개인이 개입할 책임을 덜 느끼게 되는 심리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다들 보고 있으니 누군가 나서겠지"라고 생각하는 동안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드라마 속 대사 한 줄이 오래 남았습니다. "여기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데니까." 이 말은 폭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편리한 변명입니다. 실제로 제가 경험한 군 생활에서도 가혹행위(가혹 행위란, 직권을 남용하거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의도적으로 가하는 행위로, 군형법 제62조에 의해 처벌 대상입니다)는 "다 이렇게 크는 거야"라는 말로 정당화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명령과 위계가 필요한 조직이라도 모욕과 폭행까지 그 안에 포함시킬 수는 없습니다.
- 방관 효과: 목격자가 많을수록 개인의 개입 의지가 낮아지는 현상
- 가혹행위: 군형법 제62조 위반, 신체·정신적 고통을 의도적으로 가하는 행위
- "어쩔 수 없다"는 인식: 폭력의 구조를 개인 적응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논리
탈영 원인, 담장을 넘기 전에 이미 신호는 있었다
드라마 속 준호와 짝꿍 호열이 쫓는 탈영병들의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탈영(군무이탈)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군무이탈이란 정당한 이유 없이 부대를 이탈한 상태로, 군형법상 3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법적 정의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사람은 왜 그 선택밖에 할 수 없었는가."
첫 번째 임무에서 두 사람이 쫓는 탈영병은 방독면을 씌우고 잠을 재우지 않는 가혹행위를 견디다가 인천역 플랫폼에서 자살을 시도한 뒤 종점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멈칫했던 건, 석봉의 이야기가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석봉을 향한 괴롭힘이 심해지는 동안 부대 안 누구도 공식 신고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는 탈영했고, 그의 절친 김루리 일병은 결국 총을 들었습니다.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병영 내 사망사고 및 가혹행위 관련 신고 건수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음에도 실질적 처리율은 체감보다 낮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습니다(출처: 국방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신고 창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신고자 보호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침묵을 선택합니다.
피해자가 총을 들고 가해자가 되는 장면, 그러니까 김루리 일병의 총기 난사 사고는 고통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폭력 피해자를 '위험한 존재'로만 기억하게 할 위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드라마의 가장 예민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의 극단적 행동을 극적 장치로 소비하는 것과, 그 행동이 나오기까지의 맥락을 제대로 짚는 것 사이의 경계는 꽤 좁습니다.
구조적 문제, 사건 뒤 개인만 처벌하면 바뀌는 게 없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즌 2에서 군 특별수사단 부단장 서은 중령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개인의 사연에서 시스템의 책임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드라마는 묻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거면 그럼 누가 감당해야 하는 겁니까?" 이 대사 하나가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이라고 봤습니다.
준호와 호열이 무장 탈영병 김루리 일병을 군 본부의 사살 명령 직전에 생중계로 막아선 장면은 개인의 용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현장 담당자 둘이 몸으로 막아야 하는 구조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군 내 지휘책임(command responsibility)이란 상급자가 부하의 불법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지하지 않은 경우 형사적 책임을 지는 원칙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 제28조에도 명시된 이 원칙은(출처: ICC 국제형사재판소), 군 조직 내 폭력의 책임이 가해 개인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법적으로도 뒷받침합니다.
제 경험상, 사건이 터지면 가해자 한 명을 특정해 처벌하고 그것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은 재발을 막지 못합니다. 진짜 변화는 신고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제도, 방관한 지휘체계에도 책임을 묻는 구조, 그리고 석봉이 탈영하기 전 누군가 단 한 번이라도 "너 진짜 괜찮아?"라고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에서 시작됩니다. 드라마가 10분 만에 그려낸 군대 내 폭력의 민낯은,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건드리기에 불편하고 오래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D.P. 드라마가 실제 군대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나요?
A. 드라마의 원작 웹툰은 작가 김보통의 실제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방독면을 씌우거나 수면을 박탈하는 가혹행위, 선임의 폭력을 주변이 방관하는 구조 등은 실제 병영 내 신고 사례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형입니다. 다만 드라마는 극적 구성을 위해 일부 상황을 압축하거나 과장한 부분도 있으므로, 모든 장면이 통계적 평균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군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면 어디에 신고할 수 있나요?
A. 국방부 국민신문고, 군 고충처리 전문상담관,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신고자 보호 규정이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보호 수준은 제도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옵니다. 상황이 급박하다면 군사법원이나 헌병대 직접 신고도 가능합니다.
Q. D.P.에서 DP조가 하는 일이 실제로도 있나요?
A. 네, 실제로 존재합니다. 군무이탈자를 체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헌병 병사들이 있으며, 드라마 속 준호와 호열의 2인 1조 활동 방식도 실제 운영 방식과 유사합니다. 다만 드라마처럼 민간인 구역에 깊숙이 잠입하거나 범죄 조직까지 파고드는 상황은 극화된 요소입니다.
Q. D.P. 시즌 2는 시즌 1과 어떻게 다른가요?
A. 시즌 1이 탈영병 개개인의 사연에 집중했다면, 시즌 2는 군 특별수사단이라는 외부 조직이 개입하면서 구조적 문제와 지휘체계의 책임을 더 직접적으로 다룹니다. 긴장감을 높이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준호와 호열의 관계도 더 깊이 있게 그려집니다. 제가 보기에 시즌 2는 불편함의 종류가 시즌 1과 다릅니다. 개인의 비극에서 시스템의 실패로 질문이 확장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결론
《D.P.》가 불편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불편함을 주는 콘텐츠가 오히려 오래 남습니다. 탈영병을 규칙 위반자로만 보지 않고 "이 사람은 왜 담장을 넘을 수밖에 없었는가"를 먼저 물어보는 시선, 그게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대라는 조직이 명령과 위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과, 그 안에서 인간이 인간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사실은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진짜 변화는 사건이 터진 뒤 가해자 한 명을 처벌하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신고자를 보호하고 방관한 지휘체계의 책임까지 묻는 구조에서 시작됩니다. 아직 군 생활 중이거나, 주변에 군에 간 사람이 있다면 《D.P.》를 보면서 딱 한 번만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그 사람에게 "진짜 괜찮아?"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