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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견우와 선녀 결말, 첫사랑을 살린 인간부적

필름다락 2026. 9. 27. 09:07

목차


    달빛이 비치는 학교 옥상에서 교복 차림의 소녀 무당이 빛나는 부적을 들고 활가방을 멘 소년을 검은 악귀의 기운으로부터 지키는 긴박한 모습
    견우와 선녀 인간 부적과 검은 악귀

    낮에는 평범한 여고생, 밤에는 ‘천지선녀’로 불리는 무당. 박성아는 법당에 거꾸로 들어온 배견우를 보는 순간 그가 곧 죽을 운명임을 알아봅니다. 첫눈에 반한 소년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37일의 구원은 로맨스보다 더 절박하고, 오컬트보다 더 따뜻합니다.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의 결말과 인물, 연출의 장단점을 정리했습니다. 아래부터는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작품 정보

    • 제목: 견우와 선녀
    • 장르: 판타지, 오컬트, 청춘 로맨스
    • 방영: 2025년 6월 23일~2025년 7월 29일
    • 회차·러닝타임: 12부작, 회당 약 70~80분
    • 연출·극본: 김용완 연출, 양지훈 극본
    • 원작: 안수민 작가의 동명 웹툰
    • 주요 출연: 조이현(박성아), 추영우(배견우·봉수), 차강윤(표지호), 추자현(염화), 김미경(동천장군)

    거꾸로 들어온 소년과 37일의 약속

    박성아는 굿판과 시험장을 오가는 열여덟 살 무당입니다. 어느 날 할머니 옥순과 법당을 찾은 배견우가 거꾸로 걸어 들어오자, 성아는 그에게 강한 액운이 붙었으며 남은 시간이 37일뿐임을 알아봅니다. 견우는 사고와 오해가 끊이지 않는 삶을 버티다 사람을 믿지 않게 된 양궁 유망주입니다. 성아는 부적을 건네는 데 실패하자 자신의 몸에 주문을 새기고 체온을 나누는 ‘인간 부적’이 되어 그의 곁을 지킵니다.

    견우는 방화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유일한 가족이던 할머니마저 떠나보냅니다. 성아는 장례식장을 지키고 다시 활을 잡게 도우며 그의 삶에 작은 빛을 만듭니다. 그러나 견우가 성아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믿음은 무너집니다. 무당 때문에 상처받았던 과거가 있는 견우에게 성아의 침묵은 보호가 아니라 거짓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인간 부적의 힘도 약해지고, 폐가의 악귀 봉수가 견우의 몸에 들어오면서 구원은 더 복잡해집니다.

    결말: 없애는 대신 이름을 되찾아 준 구원

    성아는 봉수를 단순히 퇴치할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견우의 몸을 되찾고 싶으면서도, 외로움 때문에 악귀가 된 봉수의 사연까지 들으려 합니다. 봉수는 전쟁 속에서 동생 같은 아이의 부탁을 지키지 못했다는 한을 품고 있었습니다. 성아는 그가 잊어버린 본래 이름을 불러 주고, 봉수는 비로소 자신이 괴물이기 전에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되찾습니다. 결국 봉수는 견우의 몸을 돌려주고 작별합니다.

    하지만 대가는 큽니다. 성아는 봉수를 품은 채 사라지고, 견우는 그녀가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졸업식까지 기다립니다. 세월이 흘러 양궁 선수로 성장한 그는 꿈을 통해 성아의 흔적을 좇습니다. 다시 만난 뒤에도 견우는 성아를 죽여 악신을 없애려는 빠른 해법을 거부합니다. 성아라면 다른 길을 찾았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의식에서 봉수의 한이 풀리고 성아와 견우는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이후 견우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하고, 성아는 다시 사람을 돕는 무당으로 살아가며 두 사람의 첫사랑도 계속됩니다.

    사랑을 손잡기로 보여준 연출

    이 작품의 가장 좋은 장치는 ‘인간 부적’입니다. 누군가를 살리는 힘이 거창한 주문이 아니라 손을 잡고 체온을 나누는 행위에서 생깁니다. 거꾸로 보이는 견우, 방울 소리, 화살, 붉은 부적 같은 오컬트 이미지도 첫사랑의 감정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특히 견우가 성아의 손을 붙잡는 순간은 보호받던 사람이 마침내 상대를 지키겠다고 선택하는 성장의 장면이 됩니다.

    김용완 감독은 학교의 밝은 햇빛과 폐가의 눅눅한 어둠을 선명하게 대비시킵니다. 공포 장면 직후 풋풋한 질투와 농담을 배치해 무게를 조절하고, 양궁의 활시위와 무당의 살풀이를 모두 ‘나쁜 기운을 정확히 겨누는 행위’로 엮었습니다. 다만 후반부에는 빙의, 역살, 화합술, 인간 부적 같은 규칙이 한꺼번에 늘어나 감정선을 따라가던 시청자가 설정을 해석하느라 숨이 찰 수 있습니다.

    제목의 ‘견우와 선녀’도 흥미롭게 변주됩니다. 만나기 어려운 연인을 가리키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여기서는 성아만 견우를 구하는 선녀가 아닙니다. 견우 역시 사라진 성아를 오래 기다리고 직접 찾아가며 구원의 주체가 됩니다. 처음에는 거꾸로 보였던 소년이 마지막에는 자기 발로 올바른 방향을 선택한다는 구조도 분명합니다.

    배우들이 완성한 성아, 견우 그리고 봉수

    조이현(박성아)은 씩씩한 학생과 신을 모시는 무당을 과장 없이 오갑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허둥대다가도 굿판에서는 단단해지는 변화가 자연스럽습니다. 추영우(배견우·봉수)는 상처를 숨긴 견우의 정적과 세상을 처음 즐기는 봉수의 장난기를 몸짓과 말투로 분리합니다. 같은 얼굴인데 시선이 바뀌는 순간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차강윤(표지호)은 짝사랑을 소유욕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친구의 생명을 지키는 연대로 바꿉니다. 추자현(염화)은 상실과 집착이 뒤엉킨 인물을 단순한 악역에 머물지 않게 하고, 김미경(동천장군)은 엄격한 스승과 뒤늦게 아이를 품는 어머니의 얼굴을 함께 보여줍니다. 덕분에 이 드라마의 구원은 연인 둘만의 사건이 아니라 서로를 놓지 않는 어른과 친구들의 공동 작업이 됩니다.

    가장 크게 남은 감정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설렘보다 안도였습니다. 성아가 견우를 살리고, 견우가 다시 성아를 찾고, 마지막에는 봉수까지 이름을 되찾는 흐름은 누군가를 구한다는 말의 방향을 계속 바꿉니다. 사랑은 대신 희생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자기 삶으로 돌아가도록 끝까지 곁을 내주는 일이라는 결론이 따뜻했습니다.

    무속 설정과 희생 서사에 대한 비판

    후반부는 저주와 주술의 규칙이 빠르게 추가돼 인물의 선택보다 해결 장치가 먼저 보일 때가 있습니다. 성아, 견우, 염화가 번갈아 목숨을 내놓는 전개도 자기희생을 사랑의 크기로 반복 측정하는 인상을 줍니다. 봉수와 염화의 과거를 조금 일찍 풀고 조연들의 이후를 더 보여줬다면 결말의 이별과 화해가 한층 묵직했을 것입니다.

    몰아보며 떠올린 개인적인 경험

    이 작품을 몰아보며 힘든 사람에게 답을 주려다 오히려 멀어진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해결책보다 옆에 조용히 있어 주는 일이 필요했는데, 견우가 말한 “달래지는 못해도 곁에는 있겠다”는 태도가 그 차이를 정확히 짚습니다. 거창한 위로보다 손을 놓지 않는 반복이 사람을 다시 일으킨다는 점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래서 볼 만한가

    견우와 선녀는 무속 판타지의 외피를 쓴 청춘 성장극입니다. 세계관 설명이 복잡해지는 구간과 희생의 반복은 아쉽지만, 공포와 로맨스를 섞는 방식이 신선하고 중심 배우들의 호흡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불행을 타고난 사람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스스로 행복을 선택할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첫사랑의 설렘, 한국적 오컬트, 상처 입은 인물들이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12부작을 끝까지 달릴 이유가 충분합니다.

    반대로 빠른 사건 전개보다 촘촘한 주술 규칙과 현실적인 학원물을 기대한다면 후반부가 다소 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불행은 전염된다”는 견우의 믿음을 “마음과 용기도 전해진다”는 결론으로 뒤집는 과정만큼은 선명합니다. 결국 이 작품이 건네는 가장 좋은 부적은 특별한 힘이 아니라, 혼자 두지 않겠다는 사람의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