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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 결말, 30점 인생의 반전

필름다락 2026. 9. 25. 09:32

목차


    분홍빛 한강을 배경으로 손수건을 든 남성과 흰 가운의 여성 의사가 나란히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
    분홍빛 저녁에 다시 일어선 두 사람 - 유 레이즈 미 업

    남들이 정한 성공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일까요?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은 6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자존감까지 잃어버린 도용식이 첫사랑을 의사와 환자로 다시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발기부전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코미디로 풀지만, 이야기의 진짜 관심은 몸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믿게 된 마음에 있습니다. 아래에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유 레이즈 미 업 작품 정보

    • 장르: 로맨틱 코미디, 성장, 휴먼
    • 공개일: 2021년 8월 31일
    • 공개 플랫폼: 웨이브
    • 방송 횟수: 총 8부작
    • 상영시간: 회당 약 40~50분
    • 연출: 김장한
    • 극본: 모지혜
    • 주요 출연: 윤시윤(도용식), 안희연(이루다), 박기웅(도지혁), 김설진(장사장), 최대로(김태진)

    제목은 단순히 성 기능이 회복된다는 의미를 넘어, 고개 숙인 도용식이 다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일어서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첫사랑을 주치의로 만난 도용식

    윤시윤(도용식)은 서른한 살이 되도록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고깃집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법니다. 직장과 돈, 연애가 모두 없다는 비교 의식 속에서 핑크색 물건에 의지하며 불안을 견딥니다. 어느 날 성 기능에 이상을 느껴 비뇨의학과를 찾았다가 첫사랑 안희연(이루다)을 담당 의사로 만납니다.

    이루다는 자신감 넘치는 정신과 의사 박기웅(도지혁)과 연애 중이지만, 돈과 논리로 감정을 해결하려는 태도에 지쳐 있습니다. 그녀는 지혁의 콧대를 꺾기 위해 첫사랑 용식을 성공한 사업가처럼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용식의 초라한 모습을 확인한 지혁은 그를 이용해 우월감을 증명하려 하고, 이루다도 자존심 때문에 한 달 안에 용식을 바꾸겠다는 내기를 받아들입니다.

    핑크색에 숨겨진 상처와 치료

    용식의 핑크색 집착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학창 시절 사고에서 이루다를 구하다 크게 다쳤을 때, 핑크색 옷을 입은 이루다의 품에서 안정을 찾은 기억이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로 남은 것입니다. 이루다는 식습관과 운동을 관리하고, 지혁은 심리 상담과 최면 치료를 맡습니다. 하지만 두 의사는 환자의 동의와 감정보다 자신들의 관계와 내기를 앞세우며 용식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줍니다.

    용식은 자신이 치료 대상이자 내기의 도구였다는 사실을 알고 무너집니다. 그럼에도 납치범으로 오해받은 사건에서 사람들 앞에 직접 나서 결백을 주장하면서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를 냅니다. 핑크색을 좋아하고 취업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범죄자로 의심받을 근거는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 치료의 중심도 의사에서 용식 자신에게 옮겨갑니다.

    결말, 실패해도 고개를 들 수 있는 사람

    이루다는 지혁의 청혼을 거절합니다. 지혁은 오랫동안 그녀를 사랑했지만 사랑을 경쟁과 소유처럼 다뤘고, 이루다의 마음은 이미 용식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용식은 자신과 이루다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두려움을 버리고 한강에서 진심을 고백합니다. 화려한 이벤트는 없지만, 자신이 받은 상처와 자신이 준 상처를 인정한 고백으로 두 사람은 다시 시작합니다.

    1년 뒤 용식은 공무원 최종 면접에서 불합격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시험 합격만을 인생의 유일한 출구로 여기지 않습니다. 자신을 영웅으로 봐준 청년이 만든 퀼트 회사에 취직하고, 반지하와 카드값이 남아 있어도 좋아하는 취향과 친구, 사랑을 가진 삶을 받아들입니다. 성공의 모양은 달라졌지만 남의 등급표에서 내려온 용식은 마침내 자기 삶을 긍정합니다.

    윤시윤·안희연·박기웅의 연기

    윤시윤(도용식)은 움츠러든 자세와 불안한 눈빛, 어색한 웃음만으로 낮아진 자존감을 보여줍니다. 후반부에 목소리와 시선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변화도 자연스럽습니다. 안희연(이루다)은 거침없는 의사와 상처받기 쉬운 연인의 얼굴을 오가며 이야기에 활력을 줍니다. 박기웅(도지혁)은 완벽해 보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열등감과 통제욕을 드러내는 인물을 과장된 코미디와 진지함 사이에서 표현합니다.

    세 사람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누구도 처음부터 성숙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용식은 열등감 때문에 거짓말하고 사랑에서 도망치며, 이루다는 환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자존심을 채우려 합니다. 지혁은 상대가 원하는 마음보다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 세 사람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합니다.

    가장 크게 남은 감정

    용식이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하지 못한 결말이 오히려 따뜻하게 남았습니다. 합격으로 모든 상처를 보상했다면 또 다른 성공 신화에 그쳤을 것입니다. 그는 여전히 큰돈도 번듯한 집도 없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취향을 숨기지 않습니다. 실패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실패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게 된 변화가 더 뭉클했습니다.

    치료 과정과 웃음에 대한 비판

    발기부전을 수치와 남성성의 실패처럼 반복해서 웃음 소재로 사용하는 장면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루다와 지혁이 환자를 내기의 대상으로 삼고, 사적인 감정을 치료에 섞는 행동은 명백한 의료윤리 문제입니다. 작품이 후반에 두 사람의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현실의 환자라면 치료 관계를 중단해야 할 만큼 심각한 경계 침해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몰아보며 떠올린 개인적인 경험

    무언가를 오래 준비하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패 자체보다 주변의 질문이 더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용식이 동창 앞에서 직업을 꾸며내고 어머니에게 힘들다는 말을 삼키는 모습이 그래서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해결책보다 “할 수 있다”는 한마디가 먼저 필요했던 용식을 보며,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은 평가보다 믿음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출의 장점과 아쉬운 점

    분홍색을 불안의 상징이자 회복의 색으로 활용한 연출이 좋았습니다. 초반에는 핑크색 물건이 용식을 숨게 만드는 동굴처럼 보이지만, 후반에는 남의 시선을 견디며 지켜내는 취향으로 바뀝니다. 과감한 성인 코미디와 빠른 전개도 8부작의 장점을 살립니다. 다만 자극적인 성적 농담과 우연에 의존하는 사건이 많아 자존감 회복이라는 진지한 주제가 가벼워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특히 납치범으로 오해받은 용식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취향과 형편을 직접 밝히는 장면은 로맨스보다 성장 서사에 가깝습니다. 누군가 대신 구해주는 결말이 아니라 스스로 편견에 맞서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작품의 주제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유 레이즈 미 업 총평

    유 레이즈 미 업은 발기부전 치료를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실제로는 사회가 매긴 점수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웃음의 방식과 의료윤리에는 분명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사랑받을 수 있고, 완벽해지지 않아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결말은 선명합니다. 취업과 연애, 경제력 때문에 자신을 낮게 평가해본 사람이라면 용식의 변화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