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새벽 4시, 배터리 2%. 휴대폰을 쥔 채 담배를 태우던 여자가 윗집 할아버지의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 영화는 "귀신이 있다"가 아니라 "귀신이 깔린다"는 공포를 꺼내 듭니다. 영화 《귀신 부르는 앱: 영》은 귀신을 보여준다는 앱 하나가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멋대로 설치되며 저주가 번져 가는 이야기입니다. 신예 감독 여섯 명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공포물이라 한 편의 긴 이야기보다는 짧고 날카로운 괴담 여러 편을 연달아 듣는 기분에 가깝습니다. 극장에서 직접 보고 난 뒤의 감상과 아쉬운 점까지 솔직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작품 정보
- 개봉일: 2026년 2월 18일 (CGV 단독 개봉)
- 상영시간: 87분
- 감독: 형슬우, 고희섭, 이상민, 선종훈, 손민준, 김승태
- 장르: 공포, 스릴러 (옴니버스)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제작국가: 한국
- 주요 출연진: 김규남(하린), 아누팜 트리파티(수네타), 김희정(나연), 김영재(동주), 김주아(한별), 양조아(선영)
- 스트리밍: 티빙(TVING)
주요 내용
시작은 상림고등학교 괴담 동아리 '주변에 귀신이 있습니다'입니다. 귀신 보는 앱을 직접 만들었다는 학생들은 주작 논란을 잠재우겠다며 출입이 금지된 연동산으로 향합니다. 부적이 줄지어 매달린 길 끝의 돌무덤 앞에서 위령제를 올리고 라이브 방송을 켜는 순간, 봉인돼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죠.
그 뒤로 앱은 주인을 가리지 않고 퍼집니다. 사건 현장 특수청소부, 버스에 오른 여고생, 중고폰 매장 직원, 요양원 환자, 그리고 부모님 곁을 떠나 처음 자취를 시작한 하린까지. 지울 수도 없는 앱이 뜨는 순간 각자의 일상은 공포의 무대로 바뀝니다. 마지막 에피소드 '귀문방'에서 하린은 혼자 켜지는 현관 등, 천장에 붙은 짐 같은 기이한 일을 겪다 결국 그 새벽의 장면에 닿습니다.
보는 내내 느낀 감정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내 폰에도 깔릴 수 있다'는 찝찝함이었습니다. 귀신이 특정 장소에 묶여 있지 않고 알림 하나로 찾아온다는 설정은 극장을 나선 뒤에도 따라옵니다. 특히 '귀문방'의 현관 센서등 장면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순간이라, 과장된 분장보다 훨씬 서늘하게 다가왔습니다.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보다 일상에 조용히 스며드는 불편함에 가까웠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았습니다.
아쉬움과 비판
문제는 앱이라는 연결 고리가 생각보다 느슨하다는 점입니다. 에피소드들은 앱이 자동으로 설치되는 장면으로만 이어질 뿐, 앱이 왜 그 사람을 골랐는지, 저주가 어떤 규칙으로 작동하는지는 끝까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물들도 이유 없이 당하는 쪽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에피소드가 바뀔 때마다 긴장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는 피로감이 있었습니다. 설정이 매력적인 만큼 더 아까웠습니다.
나의 경험과 겹친 순간
첫 자취방을 구할 때 싼 월세에 혹해 집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밤마다 들리던 윗집 소음이 괜히 신경 쓰이던 날들도요. 하린이 엄마에게 "생각보다 깨끗해"라며 괜찮은 척하는 통화는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공포의 출발점이 귀신이 아니라 혼자라는 불안이라는 점이 이 에피소드를 가장 기억에 남게 했고, 첫 독립을 앞둔 분이라면 더 크게 공감할 겁니다.
연출과 배우
형슬우 감독이 맡은 첫 에피소드 '잠금해제'는 실제 산에서 촬영한 덕분에 어둠의 밀도가 다릅니다. 라이브 방송 화면과 앱 화면을 섞은 구성은 요즘 관객에게 익숙한 문법이라 몰입이 빠릅니다. 고희섭 감독의 '새벽출근'은 특수청소라는 직업의 현실감이 무기이고, 김희정(나연)이 화장실 불이 꺼지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긴장이 좋습니다. 이상민 감독의 '고성행'은 실제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촬영해 좁은 공간의 흔들림과 답답함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다만 여섯 편의 톤이 제각각이라 한 편의 영화로 묶였을 때 리듬이 들쭉날쭉한 것은 연출 면의 분명한 약점입니다.
가장 반가운 얼굴은 김규남(하린)입니다. 유튜브 채널 '띱'에서 보던 코믹한 이미지를 완전히 걷어내고, 겁 없어 보이던 인물이 조금씩 무너지는 과정을 표정만으로 끌고 갑니다. 아누팜 트리파티(수네타)도 '콜렉터'에서 낯선 존재감으로 공포의 결을 바꿔 놓습니다. 짧은 분량 안에서도 인물의 배경을 설득하는 힘이 있어, 옴니버스의 한계를 배우가 메우는 순간이 여러 번 보였습니다.
장점과 단점
- 장점: 스마트폰 앱을 매개로 한 공포라 현실과 가깝고, 87분 안에 여러 괴담을 압축해 지루할 틈이 적습니다. 에피소드마다 공간과 직업이 달라 보는 맛도 다양합니다.
- 장점: 신예 감독들의 확고한 비주얼과 김규남의 새로운 얼굴을 보는 재미가 분명합니다. 실제 영화 속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는 홍보 방식도 신선했습니다.
- 단점: 에피소드별 완성도 편차가 크고, 전체를 묶는 앱의 규칙이 모호합니다.
- 단점: 인물 대부분이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해 결말의 여운이 약하게 느껴지고, 몇몇 장면은 설명 없이 끝나 허무하게 다가옵니다.
총평
《귀신 부르는 앱: 영》은 완벽하게 설계된 공포영화라기보다, 젊은 감독들이 스마트폰 시대의 괴담을 각자 방식으로 풀어낸 쇼케이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결과물보다 가능성이 더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앱의 설정이 느슨하고 편차도 분명하지만, 몇몇 에피소드가 남기는 현실 밀착형 공포와 김규남의 연기 변신만으로도 한 번쯤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러닝타임이 짧아 부담도 적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가볍게 여러 편 맛보고 싶은 분, 혹은 뻔한 한국 공포영화 문법에 조금 지친 분께 추천합니다. 다만 치밀한 세계관과 반전을 기대한다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