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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택시 폭발 장면을 보면서 '이게 그냥 오락용 장치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TNT 제조 원리와 신분세탁 수법을 하나씩 뜯어보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민간인을 겨냥한 차량 폭발 테러와 조직적 신분 위장이 맞물리면 공권력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드라마 한 편이 생각보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조직범죄와 폭탄 차량 테러, 현실에서도 가능한 이야기인가
제가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게 진짜 군용 폭약 맞아?"였습니다. 극 중에서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TNT)이라는 이름이 직접 등장합니다.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이란 톨루엔에 질산과 황산을 반응시켜 만드는 고성능 폭발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용 기준 폭약의 표준 단위로 쓰일 만큼 파괴력이 검증된 물질입니다. 드라마에서 "생각보다 단순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실제로도 합성 경로 자체는 화학적으로 단순한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차량에 외피를 벗긴 채로 부착한다는 설정도 현실 사례와 겹쳐집니다. 실제 차량 폭탄 테러(VBIED, Vehicle-Borne Improvised Explosive Device)는 차체 하부나 연료탱크 인근에 장치를 숨기는 방식이 가장 흔합니다. 여기서 VBIED란 차량을 폭발물 운반 수단으로 활용하는 즉석 폭발 장치를 뜻하며, 국제 테러 조직이 민간 공간을 공격할 때 즐겨 쓰는 수법입니다. 제가 직접 국내 치안 관련 보고서를 찾아봤는데, 경찰청 치안정책연구소는 도심 내 차량 폭발물 위협 시나리오를 이미 훈련 항목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출처: 경찰청 치안정책연구소 PRISM).
극 중 폭발이 일어난 직후 "아무도 안 다쳤다니까"라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 저는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TNT 기반 차량 폭탄이 도심에서 터지면 반경 수십 미터 안의 보행자와 인근 차량 탑승자가 파편과 과압(Overpressure) 충격을 동시에 받습니다. 과압이란 폭발 시 순간적으로 형성되는 고압 충격파를 말하며, 직접 화염에 닿지 않아도 내장 파열이나 뇌진탕을 유발합니다. "아무도 안 다쳤다"는 결말은 극적 편의를 위한 설정이지, 현실적으로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 TNT(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 질산·황산 반응으로 합성되는 군용 기준 폭발물, 도심 차량 테러에 실제 사용된 전례 있음
- VBIED(차량 폭탄): 차체 하부 부착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며, 발견이 어려워 사전 탐지가 핵심 과제
- 과압(Overpressure): 폭발 충격파가 직접 화염 없이도 인체에 치명상을 입히는 물리적 메커니즘
- 국내 치안 당국도 도심 차량 폭발 시나리오를 실제 훈련 항목으로 다루고 있음
신분세탁과 사적제재, 드라마가 정당화하는 것들
제가 직접 이 장면들을 다시 돌려보면서 메모를 했습니다. 극 중 온하준이라는 인물은 이력서의 전 직장, 이전 주소지, 핸드폰 번호가 모두 존재하지 않는 허위 정보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신분세탁(Identity Laundering)이란 실존하지 않는 이력과 신원을 조작하여 합법적인 공간에 침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수법은 조직범죄 카르텔이 내부 정보원을 심을 때 실제로 사용하는 전술이며,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이를 조직범죄 침투의 핵심 수단으로 분류합니다(출처: INTERPOL 조직범죄 분류 페이지).
드라마가 이 부분을 흥미롭게 처리하는 방식은 인정합니다. 가짜 장례식을 통해 "죽은 사람이 배후를 낚는다"는 역발상은 첩보 스릴러 문법으로 대단히 매끄럽습니다. 저도 그 장면에서 짜릿함을 느꼈으니까요. 그런데 제 경우엔 그 쾌감이 가시고 나서 오히려 찜찜함이 더 컸습니다.
사적제재를 오락의 문법으로 소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지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구조적 한계라고 봅니다. 공권력이 제 역할을 못 하니 주인공이 직접 나선다는 서사는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동시에 법 집행의 공백과 사적 폭력의 위험성을 아무런 윤리적 성찰 없이 영웅 서사 안에 묻어버립니다. 사적제재(Extrajudicial Action)란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이 독자적으로 처벌과 응징을 집행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현실에서 이것이 허용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굳이 먼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죽은 다음 움직이는 사람을 집중하라"는 대사는 극적으로는 명대사입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장면을 구조적으로 뜯어보면 결국 조직범죄 척결이라는 목적이 수단의 윤리성을 면제해 준다는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이 논리는 현실에서 가장 위험한 형태의 자경주의(Vigilantism)와 맞닿아 있습니다. 자경주의란 공권력 대신 민간인이 치안과 처벌을 자체적으로 집행하는 행위를 뜻하며, 역사적으로는 폭력의 연쇄와 오판 처형으로 귀결된 사례가 반복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TNT 폭탄을 차량에 부착하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가요?
A. TNT 소량으로도 차량 전체를 파괴하고 반경 수십 미터 안의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드라마처럼 "아무도 안 다쳤다"는 결말은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렵고, 과압(Overpressure) 충격파는 직접 화염 없이도 내장 파열이나 뇌진탕을 유발합니다. 이 장면이 오락적으로 처리된 부분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게 오히려 실제 위협의 심각성을 희석시킨다고 봅니다.
Q. 신분세탁은 드라마 설정일 뿐인가요, 실제로도 가능한가요?
A. 실제로도 조직범죄 카르텔이 내부 침투원을 심을 때 허위 이력과 가짜 신원을 만드는 신분세탁 수법을 사용합니다. 인터폴도 이를 조직범죄 침투의 핵심 전술로 분류하고 있을 만큼 현실적인 위협입니다. 단순히 드라마 설정으로 보기에는 실제 사례들이 꽤 많습니다.
Q. 모범택시 같은 드라마가 사적제재를 미화한다는 비판, 과한 것 아닌가요?
A. 오락 장르의 쾌감 자체를 문제 삼는 건 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저도 그 재미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적제재(Extrajudicial Action)가 실제 사회에서 허용될 때 오판과 폭력의 연쇄가 발생한다는 점은 드라마가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입니다. 그 공백이 누적되면 자경주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Q. 유흥업소 용역업체가 실제로 테러 수준의 폭력을 저지를 수 있나요?
A. 사설 용역업체가 조직범죄 카르텔과 결탁하는 구조는 국내외 수사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현실입니다. 폭탄 테러 수준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를 완전히 불가능한 허구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드라마가 이 구조를 오락화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는데, 저는 그 구조 자체보다 공권력의 역할을 어떻게 묘사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건, 잘 만든 오락물과 책임 있는 서사가 반드시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TNT 차량 폭탄, 신분세탁, 사적제재라는 소재는 그 자체로 충분히 무겁고 현실적인 위협을 담고 있습니다. 그 무게를 영웅 서사의 조미료로만 쓰는 것과, 그 무게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재미를 유지하는 것 사이의 선택이 이 작품의 아쉬운 지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직범죄의 잔혹성을 직접 다룬 드라마를 더 보고 싶다면, 사적제재와 공권력의 관계를 좀 더 날카롭게 파고든 작품들을 함께 찾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이 드라마가 던진 질문들이 완전히 소화되기 전에 다음 화로 넘어가지 않는 것, 그게 제가 이 글을 쓴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