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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되기 위해 세상의 모든 기억에서 스스로를 지워버린 캐릭터가 또 있을까요? 스파이더맨 홈 3부작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철부지 10대 소년이 아이언맨의 후광을 벗어나 진짜 자기만의 영웅으로 서는 과정이 이렇게까지 처절하고 아플 줄은 몰랐거든요. <브랜드 뉴데이>를 앞두고, 지금까지의 서사를 제대로 짚어두지 않으면 분명 아깝습니다.

MCU 서사의 출발점, 피터 파커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홈커밍 때 피터 파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다시 떠올려 보면, 이 아이가 정말 고등학교 2학년 맞나 싶습니다. 자기 방에서 직접 코스튬을 꿰매고, 동네 자전거 도둑 잡는 걸로 히어로 연습을 하던 소년이었거든요. 그런 피터를 토니 스타크가 찾아와 독일 공항 전투에 데려가면서 MCU 서사의 스파이더맨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독일 공항 전투, 즉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어벤저스 내전 장면에서 피터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거미줄로 낚아채며 등장하는 순간은 지금 봐도 짜릿합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도 관객석에서 탄성이 나왔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화려한 데뷔 이후, 피터에게 주어진 건 어벤저스 합류가 아니라 해피 호건이라는 담당자와 소소한 동네 임무뿐이었습니다.
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피터가 벌처(Vulture)를 독단적으로 추적하다 여객선을 반으로 갈라버리는 대참사를 일으키고, 토니에게 슈트를 빼앗기는 장면이 이 시기 피터의 한계를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벌처는 MCU에서 꽤 입체적으로 설계된 빌런인데, 어벤저스 뉴욕 사태 이후 외계 잔해 수거 사업을 토니 스타크와 정부가 주도하는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에 빼앗기면서 범죄자로 전락한 인물입니다. 여기서 데미지 컨트롤이란 초인 전투 이후 발생한 피해와 외계 물질을 정부 주도로 수습하는 기관을 말합니다. 평범한 가장이 시스템의 피해자가 되어 빌런이 된다는 설정이, 피터와의 대립을 단순한 선악 구도 이상으로 만들어줬습니다.
결국 피터는 토니가 만들어준 하이테크 슈트도 없이 자기가 집에서 직접 만든 후드티 슈트를 입고 벌처와 맞서 싸웁니다. 제 경험상, 이 장면이 홈커밍 전체에서 가장 울림이 큰 순간이었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선택이 영웅을 만든다는 걸 몸으로 보여준 거니까요.
- 독일 공항 내전: MCU 스파이더맨 공식 데뷔, 캡틴 방패 탈취로 강렬한 인상
- 데미지 컨트롤: 정부 주도 외계 잔해 수습 기관, 벌처 탄생의 직접적 원인
- 홈커밍 결말: 아이언 스파이더 슈트와 어벤져스 정식 제안을 거절하며 자립 선언
멀티버스가 열리기 전, 피터가 진짜로 무너졌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인피니티 워에서 타이탄 행성에 불시착했을 때,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토니 스타크와 함께 타노스를 상대로 정말 잘 싸웠습니다. 스파이더 센스(Spider-Sense), 즉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초인적 감각으로 타노스의 공격을 피해내고, 거미줄과 민첩성으로 인피니티 건틀렛을 거의 벗겨내기 직전까지 갔으니까요. 그런데 스타로드의 돌발 행동으로 작전이 완전히 무너지고, 결국 타노스의 핑거 스냅(Finger Snap)으로 절반의 생명이 소멸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핑거 스냅이란 인피니티 스톤 여섯 개를 모두 장착한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겨 우주 생명체 절반을 소멸시킨 사건을 가리킵니다.
피터는 스파이더 센스로 자신의 소멸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감지했습니다. 그 공포와 고통 속에서 토니의 품에 안겨 "아저씨, 죄송해요. 가고 싶지 않아요"라고 속삭이며 먼지가 되어 사라진 그 장면은,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옆자리 관객이 실제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엔드게임에서 5년 만에 부활한 피터가 포털을 통해 등장하자마자 토니가 말없이 다가와 꼭 안아주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홈커밍에서 차 안에서 관계에 선을 긋던 토니가 먼저 마음을 열었다는 것, 그것만으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디까지 왔는지 충분히 전달됩니다. 그리고 토니의 죽음 앞에서 아이처럼 오열하는 피터의 모습은, 그가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어린 소년이었음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파 프롬 홈에서 피터가 미스테리오(Mysterio)에게 이디스(E.D.I.T.H.) 안경을 넘겨버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이디스의 풀 네임은 'Even Dead, I'm The Hero'로, 토니 스타크가 피터를 자신의 후계자로 인정하며 남긴 최첨단 AI 제어 시스템입니다. 토니를 잃은 슬픔과 후계자라는 무게감을 감당하지 못하던 피터가 믿고 싶었던 멘토에게 그걸 통째로 넘겨버린 거죠. 제 경험상, 이 선택은 단순한 판단 미스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상실감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실수로 읽혔습니다. 그 실수가 결국 미스테리오의 홀로그램 환상 공격과 베를린 기차 사고로 이어지고, 피터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채 네덜란드 시골에 쓰러지게 됩니다.
해피 호건이 스타크 전용기에서 건넨 한마디, 그리고 피터가 직접 새 슈트를 설계하며 홀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는 모습이 옛날 토니와 겹쳐 보이는 그 장면이 파 프롬 홈의 진짜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합니다. 마블 스튜디오가 이 시리즈에서 유사 부자(父子) 관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쌓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으니까요(출처: Marvel Studios 공식 페이지).
성장 서사의 완성, 노 웨이 홈의 선택은 정말 납득이 되던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노 웨이 홈을 처음 봤을 때 피터의 선택 과정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미스테리오에게 신상이 폭로된 것, 그리고 그 여파로 MJ와 네드까지 MIT 입학에 줄줄이 탈락하는 상황은 분명 심각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찾아가 전 지구적 기억 조작 마법을 요청하는 건 어떻게 봐도 급격한 비약입니다.
기억 조작 주문, 즉 망각의 마법이란 특정 정보를 아는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동시에 그 정보를 지워버리는 강력한 마법입니다. 이게 실제로 시전 된다면 개인정보 침해나 사회 인프라 혼란 수준을 훨씬 넘어, 인류 집단 기억을 임의로 조작하는 우주적 차원의 개입이 됩니다. 피터가 조건을 계속 바꾸는 바람에 주문이 꼬이고, 멀티버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아는 빌런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오는 사태가 벌어지죠. 일렉트로, 샌드맨,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가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건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 시공간 질서 자체가 흔들리는 재앙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제가 두 번, 세 번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 억지스러운 선택들이 오히려 피터라는 캐릭터의 핵심 결함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겁니다. 토니를 잃은 직후의 10대 소년이 감당하기 너무 큰 책임 앞에서 지름길을 선택하고, 그게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구조는 어떻게 보면 가장 피터다운 실수입니다. 완벽하게 이성적인 선택을 했다면 그건 이미 피터가 아니니까요.
결정적인 건 메이 숙모의 죽음 이후입니다. 그린 고블린에게 숙모를 잃고 분노에 사로잡혀 죽이려 했던 피터를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 즉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 파커가 막아서는 장면. 그리고 피터가 결국 빌런들마저 구하겠다는 선의를 끝까지 지켜낸 뒤 멀티버스 붕괴를 막기 위해 스스로를 세상의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선택은, 억지스러운 출발을 감안하더라도 감동으로 수렴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스파이더맨이 보여준 성장 서사 중 이만큼 묵직한 결말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출처: Wikipedia, Spider-Man: No Way Home).
한 가지 더. 노 웨이 홈의 결말에서 피터는 아이언맨의 기술도, 어벤저스의 백업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도 없이 혼자 새 출발을 합니다. 이건 코믹스 원작의 스파이더맨이 늘 서 있던 자리, 즉 부른과 희생의 자리로 MCU 피터가 비로소 돌아온 것입니다. 브랜드 뉴데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데이는 노 웨이 홈 직후 이야기인가요?
A. 노 웨이 홈의 결말에서 세상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피터 파커가 지워진 직후의 이야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언맨의 기술 지원도, 어벤져스 네트워크도 없는 상태에서 피터가 어떻게 다시 스파이더맨으로 살아가는지가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 웨이 홈 쿠키 영상에 등장한 심비오트 조각이 어떻게 연결될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Q. 노 웨이 홈에서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등장한 건데,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 버전도 계속 나오나요?
A. 노 웨이 홈에서 멀티버스 마법이 해제되며 두 사람은 각자의 차원으로 돌아갔습니다. 브랜드 뉴데이가 MCU 단일 세계관 내 이야기라면 이들의 재등장 가능성은 낮지만, 마블이 멀티버스를 계속 확장하고 있는 만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로선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 단독 서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피터가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기억 조작 마법을 부탁한 게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A. 이 부분은 저도 처음엔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대학 입학 문제로 지구 전체의 기억을 지우려 했다는 건 어떤 기준으로 봐도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다만 극 중 피터는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는 10대 소년이라는 점, 그리고 이 실수가 결국 더 큰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서사적 장치로 이해하는 편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Q. 이디스(E.D.I.T.H.)가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 건가요?
A. 이디스는 'Even Dead, I'm The Hero'의 약자로, 토니 스타크가 남긴 최첨단 AI 통합 제어 시스템입니다. 전 세계 위성 네트워크, 드론 군단, 감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아이언맨 수준의 군사·정보 자산을 안경 하나로 제어할 수 있는 막강한 도구입니다. 토니가 이것을 피터에게 남겼다는 건 공식적인 후계자 지명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결론
스파이더맨 홈 3부작을 다시 통으로 돌아보면, 피터 파커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공들여 설계되었는지가 보입니다. 아이언맨의 기술과 어벤저스라는 든든한 배경 덕분에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야 비로소 진짜 스파이더맨이 되었다는 구조는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섭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멘토의 죽음과 자기 상실을 동시에 겪으며 성장하는 캐릭터를 마블이 이 수준으로 그려낸 건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물론 노 웨이 홈의 출발점이 된 기억 조작 마법 요청이라는 선택은, 피터의 성장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서사적 장치라는 한계도 분명히 남깁니다. 하지만 그 얄팍한 계기 위에 쌓인 메이 숙모의 희생, 삼스파의 연대, 그리고 완벽한 고독을 스스로 선택하는 결말은 그 한계를 넘어설 만큼 묵직했습니다. 브랜드 뉴데이가 이 리셋된 피터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지금껏 쌓아온 서사를 기억하고 보면 분명 더 깊이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