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목숨을 구하던 의무병은 왜 은행을 터는 범죄자가 되었을까요. 영화 체리는 한 청년이 사랑과 전쟁, 외상 후 스트레스와 약물 중독을 거치며 무너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전쟁보다 제대 이후였습니다. 총성은 멈췄지만 주인공의 내면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스포일러 주의: 이 글에는 영화 체리의 전체 줄거리와 주인공 및 에밀리의 마지막 재회가 포함돼 있습니다.에밀리와의 사랑 그리고 충동적인 입대영화 속 주인공에게는 이름이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작품 제목을 따라 그를 체리라고 부르겠습니다.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체리는 에밀리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지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에밀리는 언젠가 버림받을 수 ..
※ 이 글에는 영화 《허큘리스》의 결말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그 어떤 무기로도 뚫을 수 없는 헤스페리데스의 황금 사과를 손에 넣고, 아마존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까지 빼앗았다는 영웅 허큘리스. 사람들은 그를 제우스의 아들이자 열두 과업을 완수한 반신반인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허큘리스의 진짜 모습은 신화 속 영웅과 조금 다릅니다.허큘리스는 자신의 전설을 앞세워 전쟁터를 돌아다니는 용병이었습니다. 그의 곁에는 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아우톨리코스, 미래를 예언하는 암피아라오스, 야수처럼 싸우는 티데우스, 뛰어난 궁수 아탈란테와 허큘리스의 전설을 이야기로 퍼뜨리는 이올라오스가 있습니다.몸무게만큼의 황금을 건 의뢰어느 날 트라키아 왕국의 공주 에르게니아가 허큘리스를 찾아옵니다. 그녀는 아버지 코..
병을 고칠 기술이 완성돼도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을까요? 영화 엘리시움은 이 질문을 우주도시와 버려진 지구의 대비로 보여줍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2013년 작품으로, 맷 데이먼이 연기한 노동자 맥스의 생존기가 계급과 의료 접근성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화려한 미래 기술보다 그 기술의 이용 자격을 결정하는 사회의 모습이 더 서늘하게 다가오는 영화입니다.스포일러 안내이 글에는 주요 사건과 마지막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와 함께 맥스의 선택이 갖는 의미, 작품이 남기는 질문을 살펴봅니다.2154년, 하늘 위 낙원과 지상의 노동자2154년의 지구는 환경오염과 인구 과밀로 황폐해졌습니다. 부유층은 깨끗한 공기와 풍요로운 주거 환경을 갖춘 우주 거주지 엘리시움으로 떠났고, 남겨진 사람들은 열악한 도시에서..
스포일러 안내: 이 글에는 영화 의 주요 반전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왕자와 결혼한 공주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 행복한 미래가 아니라 드래곤의 동굴이라면 어떨까요? 넷플릭스 영화 은 익숙한 동화의 결말에서 출발해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판타지입니다. 화려한 왕궁과 드레스는 잠시뿐이고, 이야기의 중심에는 누구의 도움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남아야 하는 엘로디가 놓입니다.이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은 단순히 ‘강한 공주가 용을 이긴다’는 설명에 있지 않습니다. 누가 희생을 결정하고, 누가 그 대가로 풍요를 누리는지 따라가면 생존극 뒤에 숨은 왕국의 거짓말이 보입니다. 줄거리와 결말을 정리하고, 인물들의 선택이 남기는 의미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댐즐 기본 정보와 밀리 바비 브라운은 2024년 공개된 넷플릭스..
인류를 구한다는 명분이라면 무고한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도 괜찮을까요. 메이즈 러너 2: 스코치 트라이얼을 보면서 저는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한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미로를 탈출하자마자 또 다른 감금과 착취가 기다리고 있다는 설정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왔습니다.생명윤리의 붕괴: 위키드가 보여주는 전체주의의 민낯미로를 빠져나온 토마스 일행이 처음 도착한 기지는 얼핏 안전해 보였습니다. 책임자 젠슨은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를 재건 중이라고 했고, 시설은 깔끔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장면에서 오히려 불안함을 먼저 느꼈습니다. 너무 친절하고, 너무 정돈되어 있었거든요.그 불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방 안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잠든 채 몸속 무언가를 추출당하고 있었고, 젠슨은 죽은 줄로만 ..
영웅은 정말 혼자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걸까요? 맨 오브 스틸을 다시 보면서 저는 그 질문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크립톤의 기득권이 행성 하나를 통째로 망가뜨리는 장면과, 대형 병원 내부의 은폐 구조가 무고한 환자의 권리를 짓밟는 현실이 놀랍도록 겹쳐 보였거든요. 화려한 액션 뒤에 얼마나 무거운 질문이 숨어 있는지, 직접 느낀 대로 써봤습니다. 기득권 카르텔 — 크립톤과 병원이 닮은 이유일반적으로 슈퍼히어로 영화는 악당 대 영웅의 단순한 선악 구도로 읽힙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맨 오브 스틸에서 크립톤이 멸망한 진짜 이유는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구조적 부패였거든요.크립톤 의회는 조엘이 행성 붕괴의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그 정보를 묵살합니다. 여기서 기득권 카르텔이란 기존 체제..
솔직히 저는 2019년에 이 영화를 보면서 "아, 또 이 구도야?"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어릴 때 봤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너무 흡사한 뼈대에 살짝 실망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지난 뒤에야, 단순한 재탕이 아닌 것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습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화끈한 액션과 여성 서사 중심의 신선한 시도를 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꽤 깊은 질문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스토리: 미래에서 온 두 여자와 새로운 타깃영화는 상공에서 나체로 추락하는 여성과, 마트에서 장을 보던 평범한 멕시코 여성 다니엘라 레예스(이하 대니)를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타임 슬립(Time Slip), 즉 시간 이동 현상이 발생하며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터미네이터 Rev-9이 투입되고, 동시에..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느꼈을 겁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상급자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뒤집히는 그 황당함을. 저도 그 감각을 기억하는데, 영화 를 보는 내내 그 기억이 자꾸 겹쳤습니다. 준비도 안 된 홍보 장교가 최전방에 내던져지고, 거기서 죽고 또 죽는 이야기. 단순한 SF 블록버스터로 소비하기엔 뭔가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았습니다. 비전투원을 전장에 던지는 군 지휘 체계의 폭력성영화의 출발점은 사실 꽤 불편합니다. 빌 케이지 소위는 총 한 번 제대로 쏴본 적 없는 홍보 장교입니다. 전쟁의 얼굴을 대중에게 팔아온 사람이지, 직접 싸워본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그가 사령관의 일방적인 명령 하나로 엑소 슈트(Exo-Suit)를 두른 채 노르망디를 연상케 하는 버밍엄 상륙작전 최전선에 투..
국가 최고 지휘관이 적에게 정신 지배를 당하고, 2인자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권좌를 향해 침묵한다. 스타쉽 트루퍼스 3편은 단순한 버그 소탕 액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구조가 영화 전체를 관통합니다. 예비역 중사 출신으로서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지휘 체계가 무너진 전장이 얼마나 처참한지 몸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다르게 읽힙니다. 국정농단 — 공군 원수가 버그에 정신 지배당한 날군 생활을 하다 보면 상관의 판단력을 의심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절차와 체계가 그것을 막아주지만, 이 영화는 그 체계 자체가 뚫렸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아누키 공군 원수는 로쿠산 방어 기지 방문 당일, 전기 펜스..
첫 번째 클렌다투 전투에서 단 하루 만에 30만 8천여 명이 전사했습니다. 숫자만 보고 잠깐 멈칫했습니다. 전략도, 정보도, 퇴로도 없이 그냥 쏟아 부은 거였으니까요. 1997년 개봉한 폴 버호벤 감독의 《스타쉽 트루퍼스》는 화려한 SF 액션 뒤에 군국주의 체제의 구조적 폭력을 꽤 냉정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군국주의 사회 체제 — 시민권이라는 당근이 영화의 세계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건 '시민권(Citizenship)' 제도입니다. 여기서 시민권이란 단순한 국적 개념이 아니라, 투표권·공직 진출·출산 허가 등 사회적 권리 전체를 아우르는 자격증 같은 것입니다. 이 시민권을 얻는 방법은 오직 하나, 군 복무뿐입니다.훈련소에서 입대 동기를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농사일이 싫어서, 정치를 하려면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