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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가 손에 땀을 쥐면서도 불편한 감정이 동시에 올라오는 경험을 하신 적 있습니까? 저는 ENA 드라마 <유어 아너>를 보면서 정확히 그 감각을 느꼈습니다. 법 앞에 평등해야 할 현직 판사가 아들의 뺑소니 사망 사고를 숨기기 위해 직권 남용과 증거 인멸, 사법 방해를 차례로 저질러 나가는 이 서사가 숨 막힐 만큼 잘 만들어져 있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윤리적 문제는 꽤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청렴한 판사가 사법 방해자가 되기까지
일반적으로 법조인이 등장하는 범죄 드라마에서는 '권력이 법을 비틀다'는 구조가 공식처럼 쓰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작품이 조금 다른 지점을 건드린다고 느꼈습니다. 가해자가 비리 검사도, 부패한 정치인도 아닌, 오히려 공사 현장에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어 오고 법정에서 노동자 여섯 명의 죽음을 정면으로 꺼내는 원칙주의 판사 송판호이기 때문입니다.
극 중에서 송판호는 아들 호영이 오토바이를 치고 달아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경찰서로 자수를 데려가려 합니다. 그 장면은 제가 보기에 이 인물의 신념이 꾸며진 것이 아니라는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고, 게다가 그 피해자가 교도소 안에서도 왕처럼 움직이는 우원 그룹 회장 김강헌의 아들 김상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판호의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집니다.
이후 판호가 펼치는 일련의 행동들, 즉 아들이 탔던 차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 도난 신고를 꾸미고, 카센터 CCTV를 돈으로 열람해 아들의 기록을 삭제하고, 납골당 CCTV 교체 공사를 이용해 행적을 지우는 과정은 사실 굉장히 체계적입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불편했던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아버지의 실수'가 아니라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 즉 수사 기관의 적법한 절차를 고의로 막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사법 방해란 수사·재판 진행을 가로막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허위 정보를 흘리는 등의 행위를 통칭하며, 우리 형법 제155조 증거인멸죄 및 제136조 공무집행방해죄 등 여러 조항에 걸쳐 처벌 대상이 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드라마는 이 과정을 스릴러 문법으로 연출하면서 관객이 판호와 함께 '들키지 않기를' 바라도록 유도합니다.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판호가 CCTV 기록을 조작하는 장면에 긴장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을 때, 이 작품이 의도한 것이 단순한 카타르시스가 아니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감정적 끌어당김이 오히려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 수사·재판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로, 형법상 증거인멸죄 등에 해당
- 증거 인멸: 수사 기관이 확보해야 할 물증이나 기록을 삭제·변조·훼손하는 행위
- 직권 남용: 공무원이 자신의 법적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벗어나 행사하는 것
- 뺑소니(도주 운전): 교통사고 후 필요한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는 행위, 가중 처벌 대상
부성애로 포장된 무고와 법치주의 훼손
이 작품에서 제가 가장 오래 걸렸던 장면은 이상택이라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이 자동차 절도범으로 몰리는 대목입니다. 아내를 잃고, 아픈 어머니와 어린 딸을 부양하는 그가 경찰에 뇌물을 건네며 읍소하는 모습은 극 안에서 잠깐 등장하고 넘어가지만, 제 경험상 이런 인물이 드라마에서 그냥 지나쳐지면 그게 더 불편합니다. 판호의 계획에서 이상택은 뺑소니 가해자 혐의를 대신 뒤집어쓸 희생양으로 설정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드라마에서 부성애는 서사적 면죄부로 기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그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부성애가 강렬할수록 그 안에서 짓밟히는 다른 사람의 권리가 더 선명하게 보여야 정직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무고(誣告), 즉 없는 사실을 꾸며 남을 형사 처벌받게 하려는 행위는 형법 제156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중범죄입니다. 판호가 이상택을 절도범으로 모는 구조는 사실상 이 선을 밟고 있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156조).
반대편에 서 있는 김강헌 역시 극의 도덕적 축을 단순하게 놓아두지 않습니다. 교도소 안에서 소장을 승진시키고 운동장을 혼자 쓰며 사실상 사법 체계 안에서 별도의 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그의 존재 자체가, 법치주의(rule of law) 원칙, 즉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헌법적 기본 원리가 현실에서 얼마나 쉽게 구멍 나는지를 보여줍니다. 법치주의란 국가 권력이 법에 의해서만 행사되고, 어떤 개인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을 의미합니다. 강헌이 교도소 내에서 사실상 사면 비슷한 대우를 받는 장면들은, 그 원칙이 계층에 따라 어떻게 달리 적용되는지를 꽤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이 두 인물의 구조를 비교해 보니,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판호는 법 안에 있는 사람이 법을 무너뜨리고, 강헌은 법 바깥에 있던 사람이 법을 역이용합니다. 두 방향에서 동시에 사법 체계가 침식되는 구조입니다. 이 구도 자체는 탄탄한데, 작품이 그것을 '비극적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선택'으로 감싸는 방식에서는 제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판호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감정적 맥락이 지나치게 풍부하게 제공되는 반면, 그 행위가 이상택 같은 약자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에 대한 서사적 무게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리됩니다. 이 불균형이 저로서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윤리적 약점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어 아너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채널 ENA에서 월화 저녁 10시에 본방 송출됩니다. 지니 TV 및 지니 TV 모바일 앱에서도 시청이 가능합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기준으로, OTT 플랫폼 중에서는 지니 TV가 공식 제공 창구입니다.
Q. 실제로 판사가 이런 증거 인멸을 하면 어떤 처벌을 받나요?
A. 현직 법관이 수사 중인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거나 허위 사실로 수사를 방해할 경우 형법상 증거인멸죄(제155조)와 직권남용죄(제123조)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공무원 신분이라는 가중 요소까지 더해지면 실형 선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아집니다. 법치주의 원칙상 법관이라는 지위가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Q. 뺑소니 후 자수하면 실제로 형량이 줄어드나요?
A. 일반적으로 자수는 형법 제52조에 따라 임의적 감경 사유가 됩니다. 즉, 재판부 판단에 따라 형량을 줄일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극 중 판호가 처음에 자수를 선택하려 했던 이유도 이 법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피해자 사망과 뺑소니가 결합된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어, 자수의 실질적 이익은 상황마다 크게 다릅니다.
Q. 우원 그룹 같은 재벌이 교도소에서 특혜를 받는 게 현실에서도 가능한가요?
A. 국내에서 재벌 총수의 구금 처우 특혜 논란은 실제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다만 드라마처럼 소장을 직접 승진시키거나 운동장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의 묘사는 과장된 픽션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설정은 재벌 권력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극대화하기 위한 서사 장치로 읽히며, 현실의 감시 부재 문제를 풍자한 것에 가깝습니다.
결론
유어 아너는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긴장감과 몰입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을 '재밌다'는 말 하나로 덮어두기에는 걸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법관의 사법 방해와 증거 인멸을 부성애의 언어로 감싸면서, 그 행위가 이상택처럼 아무 죄 없이 끌려 들어가는 약자에게 어떤 폭력인지를 서사적으로 충분히 다루지 않는 구조적 선택이 그것입니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감정이 아니라 절차에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법적 정의가 사적으로 왜곡될 때, 그 피해는 언제나 가장 힘없는 사람에게 먼저 돌아갑니다. 이 드라마를 보는 분이라면, 판호를 응원하는 자신의 감정과 동시에 그 감정이 어떻게 설계된 것인지를 한 번쯤 같이 들여다보시기를 권합니다. 저는 그 불편한 이중감정이 이 작품에서 가장 정직하게 남는 잔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