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2019년에 이 영화를 보면서 "아, 또 이 구도야?"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어릴 때 봤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너무 흡사한 뼈대에 살짝 실망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지난 뒤에야, 단순한 재탕이 아닌 것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습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화끈한 액션과 여성 서사 중심의 신선한 시도를 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꽤 깊은 질문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스토리: 미래에서 온 두 여자와 새로운 타깃영화는 상공에서 나체로 추락하는 여성과, 마트에서 장을 보던 평범한 멕시코 여성 다니엘라 레예스(이하 대니)를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타임 슬립(Time Slip), 즉 시간 이동 현상이 발생하며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터미네이터 Rev-9이 투입되고, 동시에..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느꼈을 겁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상급자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뒤집히는 그 황당함을. 저도 그 감각을 기억하는데, 영화 를 보는 내내 그 기억이 자꾸 겹쳤습니다. 준비도 안 된 홍보 장교가 최전방에 내던져지고, 거기서 죽고 또 죽는 이야기. 단순한 SF 블록버스터로 소비하기엔 뭔가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았습니다. 비전투원을 전장에 던지는 군 지휘 체계의 폭력성영화의 출발점은 사실 꽤 불편합니다. 빌 케이지 소위는 총 한 번 제대로 쏴본 적 없는 홍보 장교입니다. 전쟁의 얼굴을 대중에게 팔아온 사람이지, 직접 싸워본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그가 사령관의 일방적인 명령 하나로 엑소 슈트(Exo-Suit)를 두른 채 노르망디를 연상케 하는 버밍엄 상륙작전 최전선에 투..
국가 최고 지휘관이 적에게 정신 지배를 당하고, 2인자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권좌를 향해 침묵한다. 스타쉽 트루퍼스 3편은 단순한 버그 소탕 액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구조가 영화 전체를 관통합니다. 예비역 중사 출신으로서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지휘 체계가 무너진 전장이 얼마나 처참한지 몸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다르게 읽힙니다. 국정농단 — 공군 원수가 버그에 정신 지배당한 날군 생활을 하다 보면 상관의 판단력을 의심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절차와 체계가 그것을 막아주지만, 이 영화는 그 체계 자체가 뚫렸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아누키 공군 원수는 로쿠산 방어 기지 방문 당일, 전기 펜스..
첫 번째 클렌다투 전투에서 단 하루 만에 30만 8천여 명이 전사했습니다. 숫자만 보고 잠깐 멈칫했습니다. 전략도, 정보도, 퇴로도 없이 그냥 쏟아 부은 거였으니까요. 1997년 개봉한 폴 버호벤 감독의 《스타쉽 트루퍼스》는 화려한 SF 액션 뒤에 군국주의 체제의 구조적 폭력을 꽤 냉정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군국주의 사회 체제 — 시민권이라는 당근이 영화의 세계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건 '시민권(Citizenship)' 제도입니다. 여기서 시민권이란 단순한 국적 개념이 아니라, 투표권·공직 진출·출산 허가 등 사회적 권리 전체를 아우르는 자격증 같은 것입니다. 이 시민권을 얻는 방법은 오직 하나, 군 복무뿐입니다.훈련소에서 입대 동기를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농사일이 싫어서, 정치를 하려면 시민..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그냥 "놀란 감독이 또 스케일 큰 거 찍었구나" 정도로 넘겼는데, 배경이 되는 그리스 신화를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작비 약 3,500억 원, 영화 역사상 최초로 전 편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는 오는 8월 5일 국내 개봉 예정입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원작 서사시의 뼈대를 알고 가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그리스 신화 입문 —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우스제가 직접 원작 서사시를 찾아보면서 처음 맞닥뜨린 개념이 바로 '틴다레오스의 맹세(Oath of Tyndareus)'였습니다. 여기서 틴다레오스의 맹세란, 스파르타의 공주 헬레네의 수많은 구혼자들이 "누가..
귀멸의 칼날 최종장에서 카마도 탄지로는 실제로 혈귀왕 무잔의 의지를 이식받아 완전한 혈귀로 변이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멍했습니다. 설마 주인공이 진짜로 혈귀가 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설마'가 현실이 되는 순간,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혈귀화 극복 과정의 구조, 동료들의 서사적 역할, 그리고 연출 면에서 아쉬운 지점들을 제가 직접 분석해봤습니다. 혈귀화: 무잔의 유전자 이식과 탄지로의 변이탄지로의 혈귀화는 단순한 '악당에게 당한 변신'이 아닙니다. 무잔이 최후에 자신의 세포와 의식을 탄지로에게 강제 이식하는 혈귀화(鬼化) — 즉 귀혈에 의한 전이 — 를 감행했고, 여기서 혈귀화란 귀혈 속 무잔의 유전 정보가 숙주의 육체를 재..
귀멸의 칼날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귀살대가 대체 어떤 조직이야?"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저도 처음엔 주인공이 칼 들고 싸우는 이야기겠거니 하고 가볍게 봤다가, 조직의 구조와 대원들의 배경을 파고들면서 생각보다 훨씬 깊은 서사에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그 감동을 정리해두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선별 시험: 입대까지 살아남는 것이 먼저입니다귀살대는 정부의 공식 인가도 없이 우부야시키 가문이 대대로 이끌어온 사조직입니다. 외부에는 수장이 누구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았고, 대원 대부분이 20대를 채 넘기지 못한 채 사망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꽤 충격이었습니다.입대를 원하는 수련생들은 육성자, 즉 스승 밑에서 기초 체력과 전집중 호흡의 기본을 수개월간 익힌 뒤 최종 선별 시험에 참가합니다..
2013년 애리조나 야넬힐 화재에서 19명의 소방대원이 한꺼번에 순직했습니다. 영화 를 보다가 저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거창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남자들이 불 앞에서 갖추어야 했던 담담함이 너무 무겁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보고 나서 오히려 질문이 생겼습니다. 이 사람들이 왜 죽어야 했는가. 야넬힐 화재, 그리고 그래닛마운틴 핫샷 크루의 탄생 배경영화의 배경이 된 그래닛마운틴 핫샷(Granite Mountain Hotshots)은 미국 최초의 시 직속 핫샷 크루(Hotshot Crew)였습니다. 여기서 핫샷 크루란 산불 진화 최전선에 투입되는 엘리트 지상 소방팀을 의미합니다. 일반 소방대와 달리, 이들은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장시간 독립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된 20..
전 세계 지도자를 말 한마디로 전원 살해할 수 있는 무기가 미성년자 손에 쥐어졌다가, 처음 본 낯선 어른에게 그대로 건네진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저는 웃음보다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재미있는 오락 영화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서늘함이 사라지지 않아서 이 글을 씁니다.미디어 조작과 가짜 진실 — 영화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액션도, 톰 홀랜드의 연기도 아닙니다. 미스테리오가 구사하는 홀로그램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이 대중에게 먹혀드는 방식입니다.미스테리오가 엘리멘탈이라는 가짜 괴물을 만들어 영웅 행세를 하는 구조는 단순한 빌런 설정이 아닙니다. 딥페이크(Deepfake) — 인공지능으로 실제처럼 보이는 가짜 영상을 생성하는 기술 — 의 작동 원리와 정확히 ..
공개 직후 93개국 넷플릭스 1위. 숫자만 보면 압도적인 성공입니다. 솔직히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도 꽤 기대를 품고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두 시간 뒤, 제가 내린 결론은 "볼 만하지만, 아쉽다"였습니다. 화면은 화려했고, 젠 로페즈의 연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남더군요.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데이터와 구조로 짚어봤습니다. AI 반란이라는 배경, 얼마나 현실적인가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셰퍼드 박사가 개발한 1세대 자율 AI 로봇들이 인류를 자신들의 진화를 방해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대규모 학살을 자행한 뒤 우주로 도피합니다. 그로부터 28년, 생존한 인류는 방어벽을 구축하고 AI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정입니다.여기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