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구한다는 명분이라면 무고한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도 괜찮을까요. 메이즈 러너 2: 스코치 트라이얼을 보면서 저는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한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미로를 탈출하자마자 또 다른 감금과 착취가 기다리고 있다는 설정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왔습니다.생명윤리의 붕괴: 위키드가 보여주는 전체주의의 민낯미로를 빠져나온 토마스 일행이 처음 도착한 기지는 얼핏 안전해 보였습니다. 책임자 젠슨은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를 재건 중이라고 했고, 시설은 깔끔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장면에서 오히려 불안함을 먼저 느꼈습니다. 너무 친절하고, 너무 정돈되어 있었거든요.그 불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방 안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잠든 채 몸속 무언가를 추출당하고 있었고, 젠슨은 죽은 줄로만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냥 주라기 공원 아류작이겠거니 했습니다. 1982년 배경의 미국 소도시에 공룡이 쏟아진다는 설정이 너무 뻔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영화였습니다. 공룡보다 먼저 터지는 건 가족 내부의 균열이었고, 그 균열이 선사시대의 습한 공기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시공간 전이 설정이 만들어낸 낯선 공포감영화의 핵심 장치는 시공간 전이(Spatiotemporal Displacement)입니다. 여기서 시공간 전이란 특정 공간이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전혀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하는데, 이 작품은 그 설정을 SF적 설명 없이 그냥 '어느 날 아침'에 던져버립니다. 전기, 수도, 전화, 라디오까지 한꺼번에 끊기고 오크스트리트..
전기가 나가고 휴대폰도 안 터지는 상황을 상상해 본 적 있으신지요. 저는 얼마 전 넷플릭스 드라마 를 보다가 그 장면에서 멈칫했습니다. 극 중 뉴욕 전역의 전력망과 통신망이 동시에 끊기고, 위성 시스템마저 작동을 멈추는 장면이 단순한 픽션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대 디지털 문명이 얼마나 얇은 살얼음 위에 서 있는지, 이 드라마는 그걸 아주 적나라하게 건드립니다. 디지털 취약성 — 우리가 외면해 온 모래성드라마에서 가장 섬뜩했던 건 통신이 끊기는 속도였습니다. 휴대폰, 인터넷, 위성 전화까지 순식간에 먹통이 됩니다. 극 중 인물이 위성 전화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위성 자체가 고장 난 것"이라고 진단하는 장면에서 저는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위성 통신 시스템은 지상 서버와 연동되어 운용되..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그냥 총질 많은 SF 액션물로 생각하고 틀었습니다. 그런데 1화 중반쯤 되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화면이 화려한데 속이 불편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페리퍼럴》은 윌리엄 깁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32년의 미국 빈곤층 여성 플린과 2099년 런던을 연결하는 양자 터널 기술을 중심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 제가 느낀 건, 이 작품이 기술의 경이로움보다 기술 권력의 폭력성을 더 날카롭게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공간 착취: 과거는 누군가의 실험실이었다드라마의 핵심 설정은 '스텁(Stub)'입니다. 여기서 스텁이란 미래의 누군가가 과거 시간대에 접속하는 순간 분기되는 평행 시간선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미..
넷플릭스에서 무언가를 골라야 하는데 뭘 봐야 할지 몰라 썸네일만 스크롤하다 시간을 다 써본 경험, 저도 꽤 자주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걸린 게 이 작품이었습니다. 《다크》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문구 하나에 재생 버튼을 눌렀고, 6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감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2074년, 전 지구적 블랙아웃으로 문명이 무너진 유럽을 배경으로 한 독일 드라마 《트라이브 오브 유로파》 이야기입니다.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 일반적 기대와 실제 작품 사이포스트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면 흔히 예상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여기서 포스트아포칼립스란 문명이 붕괴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살아남은 인간들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거나 서로 충돌하는 서사를 말합니다. 총..
영웅은 정말 혼자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걸까요? 맨 오브 스틸을 다시 보면서 저는 그 질문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크립톤의 기득권이 행성 하나를 통째로 망가뜨리는 장면과, 대형 병원 내부의 은폐 구조가 무고한 환자의 권리를 짓밟는 현실이 놀랍도록 겹쳐 보였거든요. 화려한 액션 뒤에 얼마나 무거운 질문이 숨어 있는지, 직접 느낀 대로 써봤습니다. 기득권 카르텔 — 크립톤과 병원이 닮은 이유일반적으로 슈퍼히어로 영화는 악당 대 영웅의 단순한 선악 구도로 읽힙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맨 오브 스틸에서 크립톤이 멸망한 진짜 이유는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구조적 부패였거든요.크립톤 의회는 조엘이 행성 붕괴의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그 정보를 묵살합니다. 여기서 기득권 카르텔이란 기존 체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SF나 호러 장르가 넷플릭스 1위를 찍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서 반신반의하며 틀었는데, 110분 내내 꽤 묘한 긴장감이 유지됐습니다. 영화 제목은 [라스트 하우스]. 2026년 8월 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작품으로, 어느 날 갑자기 온 동네의 출입문이 모두 봉쇄되면서 한 가족이 수년간 집 안에 갇히는 이야기입니다. 보고 나서 한참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건 맞는데, 그 생각의 방향이 꼭 감독이 원하는 쪽은 아니었습니다.그 어떤 신비한 자연현상으로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 집의 모든 문이 열리지 않아 밖으로 나갈수 없다.그것도 몇개월(?)동안 갇혀 있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해 놓았다. 우리가 실제로 이러한 일들을 격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
좀비 아포칼립스(Zombie Apocalypse)가 현실이 된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군대도 병원도 아닌 '법과 신뢰'입니다. 워킹데드 시즌1을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총격전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보안관 릭이 눈을 떴을 때 맞닥뜨린 세상, 그 처참한 풍경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사회 붕괴 이후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정면으로 던집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처음 5분이 전부를 설명한다워킹데드 시즌1은 조지아주 보안관 릭 그라임스가 총격전에서 부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며칠이 지났는지조차 모른 채 병원에서 깨어난 릭이 마주한 건 워커(Walker), 즉 좀비로 가득 찬 세상이었습니다. 여기서 워커란 감염 바이러스에 의해..
셰퍼드 입자 가속 장치 한 번의 오작동으로 지구 자체가 눈앞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2018년 공개된 줄리어스 오나 감독의 가 던지는 설정인데,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저는 황당함보다 오싹함이 먼저 왔습니다. 검증도 채 끝나지 않은 기술을 우주에서 강행했더니 차원 자체가 뒤틀렸다는 이야기, 마냥 영화 속 공상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웠거든요. 차원이동과 입자 가속기, 영화가 던진 팩트영화의 핵심 장치는 셰퍼드 입자 가속기(Shepard Particle Accelerator)입니다. 여기서 입자 가속기란 전기장을 이용해 양성자나 전자 같은 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키는 장치로, 현실에서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가 대표적입니다(출처: CERN 공식 사이트). 영화 속 셰퍼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평범하게 길을 나섰다가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화 를 보면서 저는 그 장면에서 멈칫했습니다. 단 12초 만에 감염자가 폭증하는 설정이 단순한 영화적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감각을 붙들고, 좀비 감염 시나리오가 실제 사회에 어떤 균열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좀비 감염 확산 — 12초가 바꾸는 사회 구조영화 속에서 제리 가족은 교통 체증 속에 갇혀 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시가 붕괴되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제가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저 속도면 국가 시스템이 대응할 시간 자체가 없겠다"는 것이었습니다.실제로 감염병 역학(Epidemiolog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