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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처음 킹덤을 볼 때 그냥 좀비 드라마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좀비보다 인간이 훨씬 더 무서웠습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죽은 왕을 되살리고, 그로 인해 번진 전염병을 군대로 틀어막으려 한 조학주의 선택이 결국 경상도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과정을 다시 정리하면서, 이게 단순한 공포 장르가 아니라는 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권력 남용이 재난을 만드는 방식
킹덤 시즌1의 핵심 갈등은 좀비가 아니라 조학주라는 인물에서 시작됩니다. 영의정 조학주는 세자의 왕위 승계를 막고 자신의 딸 계비 조 씨가 낳을 아이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이미 사망한 왕을 생사초(生死草)로 되살리는 선택을 합니다. 여기서 생사초란 드라마 속 설정상 죽은 사람을 일시적으로 되살릴 수 있는 식물을 가리키는데, 문제는 이것으로 살아난 존재가 이성을 잃고 사람의 살을 탐하는 언데드(undead), 즉 좀비가 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건 단순한 공포가 아니었습니다. 국가 최고 권력자가 권력 유지를 위해 공중보건 위기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그 결과를 민간인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구조가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재난 상황에서 정보 은폐가 피해를 얼마나 키우는지는 역사가 반복적으로 증명해 왔습니다.
조학주의 계략은 단계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죽은 왕을 살려 세자의 왕위 승계를 지연시키고, 그 사이 계비 조 씨가 아들을 낳으면 자신은 왕의 외조부, 즉 조선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는 구조입니다. 권력 세습(權力 世襲), 쉽게 말해 혈통을 통해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이 설계가 결국 좀비 사태의 근본 원인이 됩니다. 사익을 위해 공익을 희생시키는 권력 남용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조학주는 죽은 왕의 부재를 숨기기 위해 세자의 접견 자체를 차단하고 칼로 위협할 정도로 권력을 행사합니다.
- 의원 이승희를 통해 생사초를 사용했으나, 그 결과물이 좀비라는 사실을 알고도 권력 유지를 위해 묵인합니다.
- 경상도 전체를 봉쇄하는 결정은 좀비 확산 방지가 아닌 세자 제거와 정보 통제를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좀비 확산을 가속화한 건 굶주림이었다
좀비 전염병이 경상도 전역으로 퍼지게 된 직접적인 경로는 인육(人肉) 섭취입니다. 왕에게 희생된 소년의 시체가 굶주린 마을 주민들에게 사슴 고기로 위장되어 제공됐고, 이것을 먹은 사람들이 하나둘 좀비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며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영신이라는 인물의 행동이었습니다. 악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상황을 더 참담하게 만들었거든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이 재난의 구조입니다. 기근(飢饉), 즉 식량 공급이 극도로 부족해진 상태에서 국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완전히 부재했다는 점입니다. 기근이란 단순히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 국가가 취약 계층에게 최소한의 생존 조건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행정적 실패를 의미합니다. 조선시대 기근 사망자는 기록에 따라 수만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기도 했는데(출처: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 자료), 킹덤은 이 역사적 사실을 좀비 장르와 접합해 재구성합니다.
세자 이창이 시체 더미를 보고 살인 사건으로 오판해 관아에 넘기면서 좀비들이 밤에 일제히 깨어나 경상도 전체에 퍼지게 되는 장면은, 초기 대응 실패가 재난을 얼마나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지 보여주는 서사적 장치입니다. 의녀 서비와 영신이 좀비들을 의원 안에 가두고 되돌릴 방법을 모색했던 초기 봉쇄 시도가 세자의 행동 하나로 허사가 된 거죠. 공중보건학에서 말하는 초기 억제(containment)의 실패가 이렇게 드라마 속에서 시각화됩니다. 여기서 초기 억제란 전염원이 외부로 확산되기 전에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방역의 첫 단계를 뜻합니다.
생사초가 남긴 떡밥들, 시즌2 전에 짚고 가야 할 것들
킹덤 시즌1이 끝나면서 해결되지 않은 복선들이 꽤 많이 남습니다. 제가 다시 정주행 하면서 놓쳤다가 나중에 발견한 것들인데, 이걸 모르고 시즌2를 보면 몇몇 장면이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안현 대감입니다. 단 500명의 군사로 3만 왜군을 격퇴했다는 공적은 정상적인 전투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안현 대감의 가노들이 시신을 태우는 방식이 지나치게 능숙했고, 좀비의 습성에 대해 미리 알고 있는 듯한 행동 패턴이 반복됩니다. 제 경우엔 이 장면을 처음 볼 때 그냥 넘어갔는데, 다시 보니 안현 대감이 생사초나 좀비 현상 자체에 이미 노출된 전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신이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착호갑사(捉虎甲士)라는 직책이 언급되는데, 착호갑사란 조선 시대에 호랑이를 잡는 특수 임무를 맡은 정예 병사를 가리킵니다. 그가 보여주는 전투력이나 사격 실력은 이 배경과 일치하지만, 이름도 고향도 가짜라는 설정은 그가 누군가를 피해 신분을 숨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안현 대감이 영신의 출신지를 듣는 순간 눈빛이 미묘하게 변하는 장면도 저는 꽤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계비 조 씨의 가짜 임신 설정도 시즌2의 핵심 변수입니다. 그녀는 이미 유산을 했지만 임산부 숙소를 운영하며 아들을 낳는 임산부의 아이를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합니다. 이 대리 출산(代理 出産) 시도, 즉 다른 사람의 출산을 통해 자신의 권력 기반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드라마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시즌2의 중요한 축이 됩니다. 또한 조학주가 경상도로 향하면서 가져온 정체불명의 상자 역시 좀비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이 이후 협상 카드로 활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세자 일행 중 배신자가 있다는 복선은 넷플릭스 킹덤 공식 페이지에서도 시즌2 핵심 관전 포인트로 언급된 바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킹덤에서 생사초가 뭔가요? 실제로 존재하는 식물인가요?
A. 생사초는 드라마 킹덤의 창작 설정으로,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는 가상의 식물입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드라마 내에서는 의원 이승희가 이를 사용해 사망한 왕을 되살리지만, 그 결과 이성을 잃고 인육을 탐하는 좀비 상태가 됩니다. 좀비 바이러스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설정 장치입니다.
Q. 킹덤 좀비는 왜 밤에만 활동하다가 나중엔 낮에도 나오나요?
A. 시즌1에서는 좀비들이 햇빛을 피해 야간에만 활동하는 습성을 보입니다. 그런데 시즌1 말미에 해가 떠 있는데도 좀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열립니다. 이 변화의 원인은 시즌2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는데, 물과 생사초의 관계가 핵심 열쇠입니다.
Q. 영신이 인육을 먹인 게 처음부터 알고 한 건가요?
A. 드라마의 묘사에 따르면 영신은 소년의 시체가 좀비에게 뜯긴 것임을 알면서도 굶어 죽어가는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사슴 고기로 속여 요리했습니다. 악의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좀비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그 죄책감 때문인지 이후 영신은 좀비들을 불태우는 위험한 역할을 자처합니다.
Q. 계비 조씨는 왕의 아이를 진짜 임신했나요?
A. 아닙니다. 시즌1에서 목욕 장면을 통해 계비 조씨가 임신하지 않았음이 밝혀집니다. 이미 유산한 상태였고, 임산부 숙소를 운영하며 다른 산모가 아들을 낳으면 그 아이를 자신의 자식으로 삼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권력 유지를 위한 치밀한 위장이었습니다.
결론
킹덤 시즌1을 다시 정리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 드라마가 조선 시대 복식과 좀비를 결합한 장르물이기 이전에 권력 구조의 부패가 어떻게 대중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다룬 정치 드라마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다시 보면서 느꼈는데, 조학주가 경상도를 봉쇄한 이유가 방역이 아니라 세자 제거와 정보 통제였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좀비보다 훨씬 섬뜩해졌습니다.
재난을 수습해야 할 지도층이 오히려 전염병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기근에 내몰린 백성들의 인육 섭취가 재난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이 서사는 탁월합니다. 다만 그 묘사가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이어지다 보면 장르적 쾌감 이상의 인간성에 대한 깊은 피로감이 쌓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즌2를 보기 전에 안현 대감의 과거, 영신의 정체, 그리고 조학주의 상자 안에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시면 훨씬 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