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언제부터 부모가 되는 걸까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몫을 조금씩 내어주면서부터일까요.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저는 애순과 관식의 사랑보다 그 사랑이 부모의 마음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광례가 애순을 위해 견딘 바다와 애순·관식이 금명을 위해 펼쳐놓은 삶의 그물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광례에서 애순으로 이어진 모성의 무게남편을 잃고 재혼한 광례에게는 두고 온 딸 애순이 있었습니다. 광례는 제주 바다에 들어가 전복을 따며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마음속에서는 한 번도 딸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전복 백 개를 주고 엄마의 하루를 사고 싶다”는 애순의 마음은 가난한 형편 때문에 함께 살지 못하는 모녀의 슬픔을 그대로 드러냅니다.눈..
드라마를 보다가 손에 땀을 쥐면서도 불편한 감정이 동시에 올라오는 경험을 하신 적 있습니까? 저는 ENA 드라마 를 보면서 정확히 그 감각을 느꼈습니다. 법 앞에 평등해야 할 현직 판사가 아들의 뺑소니 사망 사고를 숨기기 위해 직권 남용과 증거 인멸, 사법 방해를 차례로 저질러 나가는 이 서사가 숨 막힐 만큼 잘 만들어져 있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윤리적 문제는 꽤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청렴한 판사가 사법 방해자가 되기까지일반적으로 법조인이 등장하는 범죄 드라마에서는 '권력이 법을 비틀다'는 구조가 공식처럼 쓰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작품이 조금 다른 지점을 건드린다고 느꼈습니다. 가해자가 비리 검사도, 부패한 정치인도 아닌, 오히려 공사 현장에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어 오고 법정에서 노동자 여섯 명의..
힘없는 아버지가 딸을 구하는 이야기가 왜 이렇게 통쾌할까요? 직접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액션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망가진 무언가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작품이었습니다. SBS 드라마 은 전직 북한 출신 공작원이자 현재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아버지가 딸을 구하기 위해 다시 인간 병기로 변신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첫 회를 보고 느낀 건 카타르시스였는데, 두 번째로 든 감정은 놀랍게도 묵직한 불편함이었습니다. 부성애, 참는 아버지의 두 얼굴드라마 속 김부장은 회사에서 부지점장의 부당한 지시를 그냥 넘깁니다. 밤길에 양아치한테 몽둥이질을 당해도 조용히 일어납니다. 딸 민지가 억울하게 전학 처분을 받는 자리에서도 가해자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장면이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