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냥 재밌는 액션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1,27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니 의심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보고 나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건가, 싶은 그 찜찜함이었습니다. 역사왜곡 사이를 걷는 영화적 허구의 경계최동훈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의 사진 한 장에서 이 영화의 출발점을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그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 안을 들여다보면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가 꽤 과감하게 섞여 있습니다.대표적인 사례가 김원봉과 김구의 합작 장면입니다. 제가 확인해 본 바로는 실제 두 인물의 연대는 1939년에야 시작됐습니다. 영화가 배경으로 설정한 1933년과는 무려 6년의 간격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택시 폭발 장면을 보면서 '이게 그냥 오락용 장치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TNT 제조 원리와 신분세탁 수법을 하나씩 뜯어보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민간인을 겨냥한 차량 폭발 테러와 조직적 신분 위장이 맞물리면 공권력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드라마 한 편이 생각보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조직범죄와 폭탄 차량 테러, 현실에서도 가능한 이야기인가제가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게 진짜 군용 폭약 맞아?"였습니다. 극 중에서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TNT)이라는 이름이 직접 등장합니다.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이란 톨루엔에 질산과 황산을 반응시켜 만드는 고성능 폭발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용 기준 폭약의 표준 단위로 쓰일 만..
핸드폰 게임 하나로 시작됐다가 일본에서 실종된 여고생. 모범택시3는 이 설정이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저도 처음엔 가볍게 틀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화면에서 눈을 못 떼게 됐습니다. 단순한 통쾌함 너머에 뭔가 씁쓸한 게 남는 작품이었습니다.불법도박으로 위장한 모바일 게임의 구조드라마에서 이서가 처음 접한 건 그냥 '친구가 권해준 핸드폰 게임'이었습니다. 홀짝 게임처럼 간단하고, 이기면 포인트가 쌓이고, 그게 실제 돈으로 바뀝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법한 리워드 앱과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느낀 건, "이거 진짜 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문제는 '미리드림 이벤트'라는 이름의 선불 혜택입니다. 여기서 미리드..
라면을 끓이다 경찰에게 문을 열어주는 장면 하나가 저한테는 오래 남았습니다. 20년 전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린 남자의 이야기인데, 극 중 김철진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사람에게 법 대신 무엇이 남는가. 모범택시 2는 그 물음을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입니다. 허위 자백과 누명, 실제로 얼마나 벌어지는 일인가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설정이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문으로 받아낸 허위 자백(false confession), 그러니까 피의자가 실제로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수사 과정에서의 압박이나 물리적 강제로 인해 인정하게 되는 진술을 근거로 20년 형이 확정된다는 것이 현실에서도 가능한 이야기인지 반신반의했습니다.그런데 찾아볼수록 이건 픽션 속 과장이 ..
드라마 속 장면인데도 뉴스를 보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전도연, 김고은 주연의 는 캐스팅과 감독이 여러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공개됐는데, 막상 보고 나니 그 과정이 무색할 만큼 묵직한 작품이었습니다. 두 여성의 자백 거래라는 설정 뒤에, 부실 초동 수사와 언론 플레이, 그리고 사이버 렉카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아주 촘촘하게 그려냅니다.여론재판과 초동 수사 부실, 어디까지가 드라마일까뉴스에서 피의자의 무표정한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 저는 그 장면이 왜 이렇게 길게 방송되는지 항상 의아했습니다. 자백의 대가에서 윤수가 남편 장례식에서 웃으며 조문객을 맞이하는 장면이 살인 혐의의 증거처럼 소비되는 방식을 보면서, 그 의아함이 다시 올라왔습니다.드라마는 초동 수사(初動 搜査)의 문제를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SF나 호러 장르가 넷플릭스 1위를 찍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서 반신반의하며 틀었는데, 110분 내내 꽤 묘한 긴장감이 유지됐습니다. 영화 제목은 [라스트 하우스]. 2026년 8월 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작품으로, 어느 날 갑자기 온 동네의 출입문이 모두 봉쇄되면서 한 가족이 수년간 집 안에 갇히는 이야기입니다. 보고 나서 한참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건 맞는데, 그 생각의 방향이 꼭 감독이 원하는 쪽은 아니었습니다.그 어떤 신비한 자연현상으로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 집의 모든 문이 열리지 않아 밖으로 나갈수 없다.그것도 몇개월(?)동안 갇혀 있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해 놓았다. 우리가 실제로 이러한 일들을 격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
좀비 아포칼립스(Zombie Apocalypse)가 현실이 된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군대도 병원도 아닌 '법과 신뢰'입니다. 워킹데드 시즌1을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총격전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보안관 릭이 눈을 떴을 때 맞닥뜨린 세상, 그 처참한 풍경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사회 붕괴 이후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정면으로 던집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처음 5분이 전부를 설명한다워킹데드 시즌1은 조지아주 보안관 릭 그라임스가 총격전에서 부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며칠이 지났는지조차 모른 채 병원에서 깨어난 릭이 마주한 건 워커(Walker), 즉 좀비로 가득 찬 세상이었습니다. 여기서 워커란 감염 바이러스에 의해..
회사 다니면서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저 팀장,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하지?" 저도 예전 직장에서 겉으론 보안을 강조하던 상급자가 정작 사내 규정을 제 편의대로 무시하는 걸 가까이서 봤을 때 그 배신감이 꽤 오래 갔습니다. tvN 드라마 '감사합니다'를 보면서 그 기억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단순한 직장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500억 원대 핵심 기술이 내부자의 손에 의해 다크 웹에 올라가는 장면은, 픽션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기업비리와 기술유출, 드라마가 보여준 현실의 민낯일반적으로 산업 스파이 하면 외부의 적, 즉 경쟁사나 해외 세력이 침투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실제로 기술 유출 사고의 상당수는 내부인이 저지릅니다. 드라마 속..
만약 전화기를 들었는데 20년 전 같은 집에 살던 사람이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화 《목소리》는 그 황당한 전제를 아주 진지하게 밀어붙이는 작품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설마 이게 말이 돼?" 싶었는데, 보고 나서는 한동안 전화벨 소리가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타임슬립 소재의 스릴러인데, 장르적 재미를 넘어 윤리적으로 꽤 불편한 질문들을 남기는 영화입니다.타임슬립과 인과율 — 전화 한 통이 뒤흔드는 시간의 구조영화의 설정은 이렇습니다. 어린 시절 화재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서연이 오랜만에 옛집으로 돌아옵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려 집 전화를 새로 설치했는데, 거기에 1999년에 같은 집에 갇혀 살던 영숙이 연결됩니다. 두 사람은 처음엔 장난 전화라고 생각하다가, 서연이 예고한 트럭 사고가 뉴..
성범죄 전과자가 출소 후 반경 500미터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법을 믿고 기다릴 수 있을까요. 딸 둘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이 질문이 저는 머릿속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의 원작 웹툰을 처음 접했을 때, 그 불편한 질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종교적 광신이 어떻게 사람을 망가뜨리는가웹툰 '계시록'의 주인공 성민찬은 교인이 3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개척 교회의 목사입니다. 어느 날 교회에 들어온 낯선 남자가 성범죄 전과자 권양대라는 걸 알게 된 그날 밤, 아들이 실종됐다는 아내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 순간 번개가 치면서, 빗물에 번진 권양대의 사진이 악마 형상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성민찬은 이걸 신의 계시라고 확신합니다.제가 이 대목을 읽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