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1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는 탑 쇼호스트가 정작 잠 한 숨 제대로 못 잔다면, 그건 성공한 삶일까요, 아니면 망가진 삶일까요. SBS 수목 드라마 을 보다가 제가 멈춰버린 장면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담예진이 서랍에서 수면제를 꺼내 먹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웃음보다 먼저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번아웃 — 매진 도파민의 이면드라마 속 담예진은 누적 판매액 1조 원을 돌파한 쇼호스트입니다. 라이브 방송 중 제품을 직접 창문에 문질러 닦고, 고층 빌딩 외벽에서 시연을 펼치며, 콜 수가 폭주하는 순간을 "매진"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해 즐깁니다. 제가 처음 이 장면들을 봤을 때는 통쾌하고 유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그 뒤에 있는 것이 심상치 않았습니다.예진은 만성 불면증(chro..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그냥 총질 많은 SF 액션물로 생각하고 틀었습니다. 그런데 1화 중반쯤 되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화면이 화려한데 속이 불편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페리퍼럴》은 윌리엄 깁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32년의 미국 빈곤층 여성 플린과 2099년 런던을 연결하는 양자 터널 기술을 중심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 제가 느낀 건, 이 작품이 기술의 경이로움보다 기술 권력의 폭력성을 더 날카롭게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공간 착취: 과거는 누군가의 실험실이었다드라마의 핵심 설정은 '스텁(Stub)'입니다. 여기서 스텁이란 미래의 누군가가 과거 시간대에 접속하는 순간 분기되는 평행 시간선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미..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극단적인 감정노동을 요구하는지 제대로 몰랐습니다. 영화 는 주거 빈곤과 돌봄 노동의 굴레에 갇힌 한 여성이 우발적 사고 하나로 파국을 향해 내달리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보는 내내 "이건 픽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돌봄 노동의 민낯 — 요양보호사 문정이 사는 방식일반적으로 요양보호사는 "노인을 돌보는 따뜻한 직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영화를 보면서 실감한 건 전혀 달랐습니다. 주인공 문정은 비닐하우스, 그러니까 농업용 비닐 구조물 안에서 생활하며 치매 노인 가정을 오가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소년원에 있는 아들과는 일주일에 한 번 영상 통화를 ..
2007년 842만 관객. 그해 한국 영화 흥행 1위가 D-WAR였다는 사실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잠시 숫자를 두 번 확인했습니다. 400억 원이라는 제작비, 그리고 그 돈으로 완성된 결과물을 다시 꺼내보는 일은 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이무기 설화라는 한국 고유의 전설을 할리우드 도심 괴수물 문법에 얹어 만든 이 영화가, 왜 지금도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걸까요. 국뽕 마케팅이 흥행을 만든 방식D-WAR의 흥행을 설명할 때 영화 자체의 완성도만 보면 답이 안 나옵니다. 제가 직접 당시 분위기를 떠올려보면, 영화관 밖에서 이미 승부가 상당 부분 결정돼 있었습니다. 이걸 가능하게 한 핵심 기제가 바로 민족주의적 감성 마케팅, 즉 국뽕 마케팅입니다. 여기서 국뽕이란 과도한 민족주의 감성에 기..
저도 처음엔 그냥 "예쁜 드라마"로 봤습니다. 공유의 얼굴, 캐나다 퀘벡 풍경, 메밀꽃 꽃말. 그런데 1화부터 3화를 몰아보고 나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낭만적인 장면들 사이사이에 은탁이가 겪는 학대와 방치가 너무 가볍게 처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요. 화면이 아름다울수록 그 불편함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습니다. 운명적 사랑이라는 판타지, 그 구조를 들여다보면도깨비의 세계관은 꽤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수백 년 전 전쟁 영웅으로 백성들에게 '신'이라 불렸던 김신은, 간신의 이간질로 의심을 품은 어린 왕에게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합니다.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죽었지만, 충직한 가신의 헌신 덕분에 영생을 얻게 되죠. 이 '저주로서의 불멸'은 드라마의 핵심 장치입니다.여기서 핵심..
넷플릭스에서 무언가를 골라야 하는데 뭘 봐야 할지 몰라 썸네일만 스크롤하다 시간을 다 써본 경험, 저도 꽤 자주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걸린 게 이 작품이었습니다. 《다크》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문구 하나에 재생 버튼을 눌렀고, 6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감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2074년, 전 지구적 블랙아웃으로 문명이 무너진 유럽을 배경으로 한 독일 드라마 《트라이브 오브 유로파》 이야기입니다.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 일반적 기대와 실제 작품 사이포스트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면 흔히 예상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여기서 포스트아포칼립스란 문명이 붕괴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살아남은 인간들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거나 서로 충돌하는 서사를 말합니다. 총..
좀비 바이러스로 한반도 전체가 봉쇄된 지 4년. 영화 는 그 폐허 속으로 다시 뛰어드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엔 순수한 오락 영화로 즐겼는데,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카체이싱보다 오히려 난민 취급을 받는 정석의 눈빛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됐나일반적으로 는 의 직접 속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보니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영화에 가깝습니다. 전편이 열차라는 밀실 공간에서 공포를 쌓아 올렸다면, 이번엔 폐허가 된 도시 전체가 무대입니다.포스트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란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 서사 장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국가와 법이 사라진 자리에 ..
영웅은 정말 혼자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걸까요? 맨 오브 스틸을 다시 보면서 저는 그 질문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크립톤의 기득권이 행성 하나를 통째로 망가뜨리는 장면과, 대형 병원 내부의 은폐 구조가 무고한 환자의 권리를 짓밟는 현실이 놀랍도록 겹쳐 보였거든요. 화려한 액션 뒤에 얼마나 무거운 질문이 숨어 있는지, 직접 느낀 대로 써봤습니다. 기득권 카르텔 — 크립톤과 병원이 닮은 이유일반적으로 슈퍼히어로 영화는 악당 대 영웅의 단순한 선악 구도로 읽힙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맨 오브 스틸에서 크립톤이 멸망한 진짜 이유는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구조적 부패였거든요.크립톤 의회는 조엘이 행성 붕괴의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그 정보를 묵살합니다. 여기서 기득권 카르텔이란 기존 체제..
솔직히 저는 무빙 시즌 1이 끝났을 때 속편이 나올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잘 마무리된 드라마는 오히려 건드리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2025년 5월, 23인 출연진 라인업과 대본 리딩 현장이 공개되는 걸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무빙 시즌 2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1편이 열어놓은 질문들을 본격적으로 마주하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돌아온 얼굴들, 그리고 바뀐 한 명제가 캐스팅 라인업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봉석이었습니다. 예상대로였지만, 이정하 배우가 해병대 입대로 빠졌다는 소식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 자리를 드라마 청담국제고등학교로 얼굴을 알린 원규빈 배우가 채웠는데, 이건 단순한 배우 교체 이상의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시즌 2의 시..
드라마 속 의사들은 항상 환자를 최우선에 두는 걸까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다가 불편한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뇌출혈 환자 앞에서 의료진이 서로의 자존심을 먼저 챙기는 장면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의료드라마는 영웅적 의사의 활약을 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뒤에는 불편한 구조적 현실이 조용히 묻혀 있습니다. 응급수술 정당성 공방, 드라마가 보여주는 팩트이 드라마에서 가장 긴장감 있게 지켜본 장면은 지주막하출혈(Subarachnoid Hemorrhage) 환자의 응급 수술 장면이었습니다. 지주막하출혈이란 뇌를 감싸는 지주막 아래 공간에 갑자기 피가 고이는 상태로, 뇌동맥류 파열이 주된 원인이며 처치가 몇 시간만 늦어도 사망이나 영구적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극 중에서도 "..